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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원, 차명계좌 첫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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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원, 차명계좌 첫 시인

입력
2008.01.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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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비자금 조성을 위해 개설ㆍ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차명의심계좌와 관련, “본인 계좌가 아닌 차명계좌”라는 삼성 계열사 전ㆍ현직 임원의 첫 진술이 나왔다. 그동안 특검팀에 소환된 삼성 전현직 임원들은 “내 계좌가 맞다”고 주장해 왔다.

29일 조준웅 삼성 특검팀에 따르면 삼성전기 김모 전 상무는 전날 특검팀 조사에서 자신 명의로 된 차명계좌에 대해 “내가 개설한 계좌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상무는 수사관과 함께 계좌를 확인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후 삼성 특검팀은 29일 삼성물산 등 계열사 임원 6명을 소환, 차명계좌 개설에 명의를 빌려준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출석하지 않는 바람에 수사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이 가운데 3명은 ‘갑작스런 복통’, 2명은 ‘외국 손님과의 미팅’을 불출석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또 “내가 차명계좌를 관리했다”며 삼성증권 측에 협박 메일을 보낸 뒤 도피한 박모 전 과장에게 회사 측이 직원 명의의 대포폰을 개설해 주고 연락을 주고받는 등 박씨의 도피를 도운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이번 주부터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등 삼성의 불법 경영승계 의혹 등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특검팀의 윤정석 특검보는 이날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해서는 피고발인 33명 가운데 2명은 재판을 받았지만 나머지는 처리가 안되고 있어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특검 임무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는 에버랜드 사건으로 기소된 허태학, 박노빈 두 전ㆍ현직 에버랜드 사장을 제외한 피고발인 33명에 포함된 이건희 삼성 회장, 전략기획실 이학수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에 대한 조사 방침을 내비친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한편 삼성 특검팀과 이명박 특검팀은 소환에 불응하는 참고인을 강제 구인할 수 있는 동행명령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이후 참고인 소환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 특검의 경우 이날 임원 5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실상 출석을 거부했고, 비자금 조성의 핵심 라인으로 꼽히는 전략기획실 소속 최모 부장이 특검 출범 전인 지난해 12월 병가를 낸 뒤 잠적했으며, 김모 부장은 지난해 11월 해외출장을 떠나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명박 특검팀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대선 직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BBK 명함’을 공개해 핵심 참고인으로 떠오른 이장춘(68) 전 대사는 이 달 12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1995년 도곡동 땅 매입을 지시했던 김만제(74) 전 포항제철 회장은 조만간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소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자>

박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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