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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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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입력
2008.01.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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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2위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SG)에서 터진 사상 최대의 금융사고는 두 가지 점에서 국제 금융계를 경악케 했다. 첫째는 불과 31세의 말단 중개인 제롬 케르비엘의 사기행각으로 71억 2,000만달러(6조 7,390억원)라는 천문학적 손실을 입은 점이다.

너무나 상식 밖이어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의 범행은 1995년 불법적인 파생상품 거래로 14억달러의 손실을 끼쳐 영국 최고의 은행 베어링을 하루아침에 파산시킨 '닉 리슨 사건'과 유사하지만 개인적 이익을 취한 흔적이 없어 범행 동기가 더 오리무중이다.

▦초대형 사고가 터질 때까지 프랑스 당국과 국제 금융계가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도 충격이다. 당장 연방금리를 0.75% 전격 인하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상황을 잘못 파악해 과잉 대응했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21일의 세계증시 동반 폭락은 SG사태의 여파인데도, FRB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 여파로 착각해 정도를 넘는 고강도 대응을 했다는 논란이다. 그렇지 않아도 금리인하가 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인플레를 초래하는 극약처방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FRB는 더욱 체면을 구겼다.

▦빈발하는 금융위기는 지나친 세계화에 대한 반성과 국제적 금융감독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금융 자유화로 세계가 하나의 그물망처럼 묶인 가운데 고도로 복잡한 금융기법이 동원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통제불능의 괴물로 돌변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국가별, 시장별로 쪼개져 있는 금융감독 기능은 이러한 변화에 속수무책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자본주의의 팽창에 불만을 가져온 유럽중앙은행(ECB)은 차제에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근본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위기는 결국 1980년대 이후 세계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의 실패인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현재의 위기는 대출 받은 돈과 대출 받은 시간으로 연명해 온 결과"라며 부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감세정책 등을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필립 블론드 영국 컴브리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좌파든 우파든 신자유주의 정책은 슈퍼 리치(Super richㆍ거대갑부)의 양산을 도왔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시장이 효율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만능에 대한 맹신은 정부에 대한 맹신만큼 위험하다는 사실을 새 정부도 생각해보기 바란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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