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끝’은 잔혹했다. 한때 목숨보다 사랑했던 남자친구의 차가운 배신 앞에 살인청부업자와 짜고 남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20대 여성과 청부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이클 선수 출신인 김모(22ㆍ여)씨가 서모(21)씨를 만난 것은 2006년 12월 서울 강동구 길동의 한 호스트바. 당시 종업원이었던 서씨에게 호감을 느낀 김씨는 사채까지 끌어 들여 명품 시계와 지갑 등 500만원 상당의 고가 선물을 안겼고, 이후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도 돈 앞에 무너졌다. 노래방 도우미로 생계를 잇던 김씨의 생활고가 계속되면서 “더 이상 건질 게 없다”고 판단한 서씨는 이별을 요구했다. 이용만 당하고 버려졌다는 충격에 김씨는 생활정보지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살인청부업자 정모(21)씨와 짜고 23일 오전9시께 “백화점 명품을 사 준다”며 서씨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51시간 동안 미리 준비한 둔기와 흉기 등을 휘둘렀다.
김씨 등은 혼만 내 주려했지만 경찰 신고가 걱정되자 살해하기로 하고 25일 새벽1시께 영동고속도로 강원 원주 인근 한적한 곳에서 서씨를 살해하려다 실패했다. 완강히 저항하던 서씨가 김씨에게 “평생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말했고, 정씨에게는 “살려주면 더 큰 돈을 주겠다”고 애원해 결국 서울로 돌아왔다. 김씨 등의 범행은 서씨의 참혹한 모습을 본 사촌형(30)의 신고로 막을 내리게 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8일 김씨와 정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하고, 정씨에 대해서는 추가 청부살인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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