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그룹은 2008년 주요 경영전략을 글로벌 역량 강화에 맞추었다. 특히 마케팅과 브랜드 부문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해외에 역점을 둔 경영은 무엇보다 현대ㆍ기아차가 생산하는 자동차 10대 중 7,8대가 해외에서 판매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 셈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10년간 품질경영에 힘쓴 결과, 생산 쪽은 어느 정도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마케팅과 브랜드 부문의 경쟁력을 키워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야 한다는 게 자체 판단이다. 물론 글로벌 판매 확대, 해외공장의 생산성 높이기, 안정된 노사관계 정착 등도 현대ㆍ기아차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할 부문들이다.
정몽구 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이 같은 뜻을 담아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고객 최우선 경영과 글로벌 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런 가운데 미래에 대비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데도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전략거점 구축 완성단계
현대ㆍ기아차의 대형 프로젝트들은 올해 마무리 시점에 돌입한다. 글로벌 전략거점에 대한 생산 네트워크 구축이 거의 완성단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러시아와 남미 등을 제외하면 이미 글로벌 거점에 현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올해 현대차 인도 2공장과, 중국 2공장, 기아차의 중국 2공장 등 3개 해외공장이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들어간다. 현대ㆍ기아차는 여기에 맞춰 현지 전략 차종을 생산하고 글로벌 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다. 2월에 양산을 시작할 현대차 인도 첸나이 2공장은 인도 내 생산능력을 60만대로 배가시킨다. 인도시장 뿐 아니라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 내 위치가 강화될 전망이다.
현대차의 중국 베이징 2공장은 4월부터 가동에 들어가 생산능력을 기존 30만대에서 60만대로 늘린다. 기아차는 이미 중국 2공장 준공을 통해 연간 43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었다. 두 회사를 합치면 중국에서만 연산 103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게 돼 지난해의 판매 부진을 극복하는 전기가 될 전망이다.
이외에 현대차의 체코공장,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짓기로 한 현대차 공장은 올 하반기에 착공식이 열린다.
▲ 해외시장에 쏟아지는 신차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모두 16개의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다. 물론 시장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지화 모델도 속속 소개된다. 현대차는 해외 9개, 국내 2개의 차종을 선보인다. 북미시장에선 연초 생산에 들어간 쏘나타 트랜스폼에 이어 6월 제네시스가 출시된다. 중국시장에선 4월에 HDC(아반떼)를, 상반기에 NFC(쏘나타)를 선보인다.
유럽시장에선 1분기에 그랜드 스타렉스와 i30, i30왜건을, 2분기에는 쏘나타 프랜스폼을, 4분기엔 신형 라비타를 공개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하반기에 제네시스 차체를 기반으로 만든 스포츠 쿠페 BK(프로젝트명)가 나온다.
기아차는 모두 5개의 신차를 출시해 판매 라인업을 대폭 보강할 계획이다. 이미 판매 중인 경차 모닝은 연초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여름에는 소형 정통 SUV AM(프로젝트명)과 TD(준중형), 그리고 로체 개조 모델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작년까지 고전해온 유럽시장에선 3도어 모델인 프로-씨드를 추가 투입하고, 스포티지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ㆍ기아차는 현지화 부품 공급률도 높여나감으로써 생산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NH증권 안상준 애널리스트는 “이런 현지화 전략이 특히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럭셔리 시장 진출 원년
현대ㆍ기아차에겐 올해가 고급 프리미엄급 시장 진출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먼저 대규모 투자비가 들어간 야심작인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와 정통 SUV 모하비가 시장에 출시된다. 이런 고부가 제품을 통해 수익률이 증가하고, 브랜드 이미지가 함께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네시스가 중국시장에 4월, 북미시장에서 6월에 판매되면, 다른 차종에도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따른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스브 인터넷판은 최근 ‘올해 가장 기대되는 신차’ 12개 차종에 모하비(미국명 보레고)와 제네시스 쿠페를 포함시켰다. 미국의 다른 언론은 제네시스에 대해 “현대차의 판도를 바꿀 차”라며 호평했다.
▲ 다양한 마케팅 총동원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도 동원된다. 스포츠 마케팅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월드컵 마케팅을 통해 이미지를 대폭 향상시켰다. 기아차 역시 호주 오픈과 유로2008 등 굵직굵직한 스포츠 대회를 후원하며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제품경쟁력의 큰 부문인 디자인 경쟁력 확보에도 주력한다. 기아차는 특히 올해 디자인 차별화를 통해 현대차와의 간섭효과를 줄이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독일에 이어 올해 미국에서 독자 디자인센터를 개설한다.
판매의 경우 현대차는 미국시장의 딜러 수를 지난해보다 65개 많은 820개로 늘릴 계획이다. 기아차도 딜러 역량 강화를 위해 실적이 부진한 딜러 10%를 퇴출시키고 10%만큼의 대형딜러를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 공격적인 경영목표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경영을 적극 반영해 올해 사업목표를 세웠다. 사상 최대인 매출 33조6,000억원과 영업이익 2조1,800억원. 각각 전년보다 10.3%와 20.1% 늘어난 수치다.
기아차도 올해 수출 88만8,000대를 포함해 모두 121만5,000대를 생산해 매출 17조4,223억원과 영업이익률 3%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올해 해외여건이 지난해보다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어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작년 가장 큰 경영애로 요인이던 환율이 안정된 흐름을 보여, 각 전략 거점별 가격 경쟁력이 한 차원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브라질서 아프리카까지… 정몽구회장 '글로벌 질주'
올해 현대ㆍ기아차의 움직임에서 가장 주목되는 게 정몽구(사진) 회장의 행보이다. 정 회장은 국내든 해외든, 현장을 직접 챙기는 경영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현대ㆍ기아차 판매의 7할 이상을 점하는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경영을 진두지휘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안팎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에는 여수 엑스포 유치를 위해 그룹의 역량까지 쏟아가며 '올인' 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올해 정 회장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 보인다. 정 회장 특유의 뚝심을 앞세운 글로벌 경영이 재가동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회장의 해외 현장경영은 1월 말~2월 초 인도의 현대차 첸나이 2공장 준공식 참여로 시작된다. 정 회장은 현지에서 인도와 중동,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신흥시장을 점검한다. 정 회장은 4월에는 현대차 베이징 2공장 준공식에 참석한다. 역시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이 된 중국시장에서의 부진을 떨쳐버릴 전략을 최종 검토한다. 또 하반기에는 현지공장 착공을 위해 러시아에, 공장 후보지 물색을 위해 브라질에도 간다. 정 회장은 최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시장에도 달려가 생산과 판매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독려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돌발 현안이나 다른 계열사의 현장 점검을 위해서도 수시로 해외로 발걸음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ㆍ기아차 측은 "정 회장이 보폭을 넓힘에 따라 '굿 뉴스'가 쏟아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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