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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내가 사랑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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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내가 사랑하는 시

입력
2008.01.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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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편역 / 샘터"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1963년 1월 29일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89세로 사망했다.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은 그 해 10월 27일 프로스트가 교수로 재직했던 애머스트대에서 그를 추모하는 특별연설을 했다. 프로스트가 시인으로는 처음으로 1961년 케네디의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아 시를 낭송한 인연도 있긴 했지만, 이상주의적인 젊은 케네디의 면모가 드러났던 일이다.

케네디는 연설에서 “‘나는 밤을 아는 사람이었다’고 말한 프로스트는 대낮만이 아니라 한밤중도 알았기 때문에, 인간 정신의 승리만이 아니라 시련도 이해했기 때문에, 동시대인들에게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며 “나는 단지 힘 때문이 아니라 문명으로 전 세계의 존경을 받는 미국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화강암과 같은 인물’이라고 케네디가 표현한 프로스트는 소박한 자연생활에서의 깨달음을 노래함으로써 미국 현대시에서 가장 순수하고 고전적인 시인으로 꼽힌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다. 인간의 길, 선택과 운명에 관한 성찰이 참으로 담담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주는 시어에 담겨있다. 생전에 프로스트와 교분이 있었던 영문학자ㆍ수필가 고 피천득(1910~2007)의 번역이다. <내가 사랑하는 시> (1997)는 피천득이 “맑고 순수한 동심”과 “자존심을 지킨 시인”이라는 기준으로 셰익스피어부터 프로스트 등 영ㆍ미 시인과 도연명, 이시카와 타쿠보쿠 등 동양 시인의 시를 골라, 특유의 소박한 우리말로 옮긴 아름다운 번역시집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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