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한 ‘괴담’수준의 소문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대 재생산되는 것일까. 가수 나훈아(61ㆍ본명 최홍기)씨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격한 심경을 토로하며 자신과 관련된 괴담을 유포한 언론과 네티즌들을 강도높게 비난하자 인터넷 괴담의 생산ㆍ유통에 대한 점검과 적절한 사회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나랴'
나씨 관련 소문이 확산되는 데는 최근 인터넷의 새 풍속으로 자리잡은 ‘연예인 신원 찾아내기’가 주된 역할을 했다. ‘사이버 탐정’을 자처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추론이 수만 건에 이르는 조회수와 댓글, 이후 언론 보도로 이어지며 ‘나훈아 괴담’을 만들어갔다.
‘나훈아 괴담’의 경우 2006년 10월 한 스포츠 일간지의 한 연예인 이혼 기사가 인터넷 포털에 실리면서 시작됐다. ‘개그맨 A씨가 전처 B씨와 헤어진 것이 가수 C때문’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뜨자 네티즌들은 ‘디너쇼를 여는 가수 C씨’후보 3, 4명을 추렸다. 기준은 이니셜 성(姓) C. 하지만 이 때만 해도 나씨는 후보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사이버 공간의 숨은 힘은 2007년 4월 ‘나씨가 불분명한 이유로 콘서트를 취소했다’는 연예지 기사와 여성지에 보도된 A씨의 추가 고백이 이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발휘됐다. 이즈음 인터넷에서는 C씨 이름 뒤에 나훈아를 병기한 관련 기사 스크랩까지 떠돌기 시작했다.
‘사람 찾기’ 가 일종의 ‘사이버 놀이’화 하고, 언론 등도 검증 없이 이를 보도하면서 소문을 확대ㆍ재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단계에서 본인이 적극적인 해명을 하지 않자 루머가 사실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나훈아 괴담’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유명 여자 연예인 K씨와 일본 야쿠자가 얽힌 스캔들 등 일부 연예 담당 기자들의 블로그에 오른 검증되지 않은 소문들과 접합하면서 사상 최악의 루머로 변질됐다.
강도 더해가는 '소문 공화국'
이 같은 ‘사이버 선무당’들의 인터넷 연예인 사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초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배우 S씨 마약 복용 의혹’ ‘탤런트 O씨 전 여자친구 자살’ 사건은 진위을 떠나 당사자에겐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사례였다.
당시 인터넷에서 불과 3, 4시간만에 S씨로 지목된 배우 신하균은 직접 경찰에 출석, 두 차례 마약 검사를 받고 나서야 마녀 사냥의 멍에를 벗을 수 있었다. 탤런트 오지호는 O씨가 자신이라는 인터넷 소문을 부인하다 끝내 기사 내용을 시인하면서 네티즌들에게 “가슴 아픈 과거를 흥미거리로 삼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소문 공화국의 가장 큰 원인으로 ‘방치되는 댓글’을 들고 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연예 관련 언론이 중계식 보도를 해 논란을 키운 데다, 네티즌들의 무책임한 ‘카더라’ 댓글이 무차별 전파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나훈아 사건은 이런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부작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우로, 외국 언론처럼 기사별 댓글을 없애던가 최소한 포털업체의 엄격한 댓글 검증제 도입이 필수적”이라며 “1인 미디어 시대에 시민들도 사실 전달이라는 책무가 강조되는 ‘작은 기자’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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