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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어 영어수업' 왜 그리 서두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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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어 영어수업' 왜 그리 서두르나

입력
2008.01.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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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의 영어 교육 강화 의지는 진짜 확고한 것 같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들마다 말이 약간씩 달라 어지럽지만 2010년부터 고교 영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는 확실해 보인다. 그렇게 해서 고교만 졸업하면 영어로 대화하고 쓰는 데 문제가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의욕이야 나무랄 데가 없다. 문제는 현실이다.

2010년이면 딱 2년 남았다. 그 사이에 고교 영어교사들이 모두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을까? 2006년 4월 교육인적자원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어 과목을 주당 1시간 이상 영어로 수업하는 교사는 50.5%에 불과했다. 그나마 그런 영어 수업이라는 게 실제로는 대부분 영어로 수업을 하는 시늉만 내는 정도다.

원어민 교사라도 영어로 말하기가 거의 안 되는 학생 30~40명을 모아놓고 1시간을 떠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한국인 교사와 함께 하는 공동 수업이 효과를 보는 것이다.

기존 영어교사를 대규모로 연수 보내고, 원어민 내지 원어민 수준의 한국인에게 교육학적 소양을 불문하고 교사자격증을 준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과 영어로 영어 못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별개다. 한국교총 설문 조사에서 교사의 60%가 영어나 기타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것에 반대한 것은 현실의 반영이지 타성에 젖은 이기주의라고 해석할 일이 아니다.

영어를 한국어로 가르치는 게 잘못됐다는 식의 발상부터가 잘못이다. 언중(言衆)의 절대 다수가 영어를 못 하는 상황에서 영어를 그 나라 말로 가르치는 것은 언어교육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고등학교를 나와도 말 한 마디 못한다는 식으로 현행 영어교육을 매도하는 것도 틀렸다. 현재의 영어 교육도 본인만 열심히 하면 나중에 말하기도 빨리 되고, 어려운 원서를 읽을 수 있는 든든한 기초가 된다.

그렇게 공부한 우리 유학생들도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 구상을 하루가 멀게 쏟아냄으로써 실현 불가능한 기대를 갖게 하거나 조급한 불안에 몰아 넣는 것은 실용주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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