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가 첫 소집훈련을 가진 27일 파주 국가대표 훈련장. 오전11시가 소집 시간이었지만 일본에서 건너온 김남일(빗셀 고베)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10시30분 전에 모여들었다.
입가에 미소를 띈 태극전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K리그의 베테랑 미드필더 이관우(수원)는 “어제까지는 안 그랬는데 많이 떨린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내가 가진 기량을 모두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태극마크가 한없이 낯설기만 한 박원재(포항)는 “설레고 긴장도 됐는데 막상 소집되고 보니 담담하다. 빨리 적응해 대표팀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연한 각오를 밝혔다.
7년 만에 국내 사령탑 시대를 연 허정무 감독의 훈련 스타일도 종전과는 많이 달랐다.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의 굵기만큼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태극전사들은 파주 훈련장을 돌고 또 돌았다. 현장의 축구관계자들은 “축구대표팀이 아니라 육상 선수들 아닌가”란 우스갯소리까지 했다.
훈련 첫 날이었지만 선수들의 입에서는 ‘단내’가 날 법한 훈련량이었다.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한 대표팀의 정해성 수석코치는 연신 “속도를 유지해라. 뒤쳐지면 안돼!”라고 소리지르며 태극전사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날 대표팀 주장으로 선임된 김남일은 “생각지도 못한 훈련을 한 것 같다. 내일모레가 경기라서 가볍게 손발만 맞출 줄 알았는데…”라며 혀를 내둘렀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2월6일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투르크메니스탄전을 대비해 이날부터 소집 훈련을 갖고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했다.
대표팀은 투르크메니스탄전 필승을 위해 30일 칠레와 평가전을 앞서 치른다. 박지성(맨유)과 이영표(토트넘) 설기현(풀럼) 등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는 해외파들은 30일 칠레전이 끝난 뒤 소집돼 6일 투르크메니스탄전에 투입될 전망이다.
허정무 감독은 “칠레전보다는 2월6일 투르크메니스탄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칠레전에는 전반과 후반에 스리백과 포백 수비를 나눠서 실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파주=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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