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철도협력 분과위원회 회의개최를 하루 앞둔 지난 21일 돌연 연기를 요구했던 북한이 29일부터 회의를 열자고 통보해왔다. 북한은 연기를 요구하면서 "연초이고 준비할 게 많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후 회의를 갖자고 한 것을 보면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떤 배경이 있었든 북측의 이런 행태는 납득이 어렵다.
회담을 하루 앞두고 연기를 통보하는 정부간 접촉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외교관계를 깨거나 냉각시킬만한 큰 외교적 무례에 해당한다. 상대국가와 국민을 얕잡아보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에서는 이 같은 일이 거의 상례가 됐다. 북측의 외교적 무례는 가장 선진적인 대북 포용정책을 폈다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도 수시로 되풀이 됐다. 2006년 5월 남북이 합의한 경의ㆍ동해선 열차시험운행 하루 전 북측이 이를 무기 연기시켰던 게 비근한 예다.
지난해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북측은 회담의제 사전 조율을 거부하는 등 상궤를 벗어난 정상외교를 여러 차례 선보였다. 북측은 수시로 무례를 범하고 남측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일은 이제 남북관계 특수성의 한 형태로 굳어지고 있다.
돌발적이고, 예측이 어려운 북측 행동은 상대를 긴장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전술로, '우리 민족끼리'라는 수사와는 달리 기본적으로 남측에 대한 적대적 자세가 투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러는 남측을 상대로 상전 노릇을 한다는 인상마저 준다.
이런 북측 행동이 계속되고 남측이 이를 용인하는 한 남북관계의 실질적이고 바람직한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실현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남북관계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치부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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