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은 26, 27일 조용한 주말을 보냈다.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시내 모처에서 각료를 인선하고,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대책을 세우느라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거르지 않던 교회 예배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 측근은 “새 정부의 향배를 판가름할 최종 결심을 앞두고 그만큼 고민이 크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인사 문제에서 “주변의 평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스타일”(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다.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검증하고 오랜 숙고를 거쳐야만 비로소 결정을 내린다. 그의 신중함을 빗대 측근들 사이에서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 건너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당선인이 첫 카드로 내놓을 총리 인선도 마찬가지다. 이 당선인 안팎에서도 한승수 유엔 기후변화특사가 28일 총리로 발표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계속 함구다. 아직 더 확인할 것이 있는지 보겠다는 뜻이다.
이 당선인에게 각료 인선은 훨씬 복잡한 작업이다. 이 당선인은 각 부처 장관을 일괄적으로 발표하는 ‘패키지 인선’을 추진하고 있어 다양한 경우의 수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이와 관련, 핵심 측근은 “현재 언론에서 각료 인선이 좁혀지고 있는 것처럼 나오지만 아직 더 생각할 것이 많다. 하마평 보도의 정확도도 절반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고민이 훨씬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변수다. 현재로서는 “개정안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 당선인의 확고한 의지”(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지만 아직 다른 당과 본격 협의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라 그 결과에 따라 장관 인선 구상도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당선인이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사를 최종적으로 매듭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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