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라고 해서 개인상담까지 해봤는데 그 정도면 동네 중개업소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도 들을 수 있는 이야기 같더라고요. ”(부동산 전문가 상담 경험자)
“우리 회사 아파트분양을 대행한 사람인데 신문과 방송에 이름과 얼굴이 수시로 오르내리더니 언제부턴가 투자강의에도 약방의 감초처럼 자주 등장하는 부동산 전문가가 돼 있더군요.(모 건설회사 주택영업담당 임원)
부동산컨설팅업체 RE멤버스 고종완 대표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에 위촉됐다 최근 부적절한 처신으로 중도하차한 것은 물론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것을 계기로 부동산 전문가들에 대한 자질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그간 부동산 전문가들에 대한 자질 논란은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나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졌을 뿐 일반인들에게까진 잘 전해지지 않았다 이번 고 대표 사건을 계기로 부동산 전문가에 대한 자질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문과 방송에 자주 오르내리며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로 통하는 인물은 대략 20명 안팎. 주로 부동산 관련 기사 중 전문가 인용 보도를 통해 소개되는 이들은 고정 칼럼을 기고하거나 방송 토론 프로그램의 패널로 자주 등장하며 유명해진 인사들이다.
그러나 대학 교수나 민간경제연구원 소속 연구위원, 건설 전문 연구원, 은행 PB 등을 제외하고는 관련 분야 학위나 그럴싸한 자격증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당수가 고 대표와 같은 중개업자 출신이거나, 대형 기획부동산, 분양업체, 부동산정보업체에서 일을 하다 부동산 활황 초기인 2000년 전후 부동산 컨설팅 전문가 등으로 독립한 경우가 많다.
아파트 분양을 대행하며 계약 건 당 수수료를 받는 분양 대행사 대표들도 부동산 전문가 그룹에 포함됐다. 이른바 ‘업자형’ 전문가들인 셈이다.
연말연시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과 유망 투자상품까지 친절히 제시해주는 이들은 언론에 등장한 것을 계기로 서울시와 정부부처 관계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많은 ‘업자형’ 부동산 전문가들은 자신의 컨설팅 사무실과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투자설명회 를 통해 투자상담을 한다.
개인 상담은 통상 30분~1시간 정도로 상담료는 건당 20만원 내외서 많게는 100만원이 넘어가기도 한다.
공개 투자설명회에서는 건당 200만~300만원씩 챙기기도 한다. 시장에 대한 전문 지식이 아닌, 분양 입지 설명과 최근 시장 동향을 곁들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분양 아파트를 부각시키기 위한 건설업체 상술에 동원되는 셈이다.
개인 투자상담을 하는 A씨는 상담 온 투자자들을 끌어 모아 특정 지역이나 아파트 단지에 투자를 한 뒤 언론 기고와 인용 보도 등을 통해 해당 지역을 의도적으로 띄워 적잖은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로 불리는 B씨도 언론 인터뷰 때 자신과 관련한 사업에 유리하도록 답변을 하거나, 노골적으로 부각시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활발한 칼럼 기고와 방송 보도를 통해 얼굴이 잘 알려진 C씨 등은 서울시나 정부부처 자문위원으로까지 발탁된 뒤 특별한 전문성 없이도 분양 투자설명회에서는 빠지지 않는 인기 강사로 통한다.
시장을 올바로 진단하고 전망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한계며 해결해야 할 문제다.
수십차례에 걸쳐 쏟아진 부동산 안정대책으로도 시장이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한 데에는 전문가 부재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분야 연구원 관계자는 “소위 ‘된다’하는 부동산을 잘 찍거나 높은 수익을 올리면 최고라는 인식이 시장에 뿌리깊이 박힌 데다, 제대로 된 부동산 관련 전문 자격증조차 없기 때문에 다른 분야와 달리 전문가 부재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익 추구가 목표인 ‘업자’와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시장 전문가가 반드시 구분돼야 부동산 시장도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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