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게 없기 때문에 해명할 게 없습니다. 해명은 실제에 근거하지 않고 오도를 한 기자나 언론이 해야 합니다.”
일본 폭력조직에 의한 성기 절단설, 개그맨 부인과의 외도설 등에 휩싸였던 가수 나훈아(본명 최홍기ㆍ61)가 1년 만에 입을 열었다. 나훈아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에 대해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하며,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괴소문에 대해 1시간에 걸쳐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은 양복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나훈아는 “끝까지 제 입장을 밝히려고 하지 않았는데 글래머 여배우 K와 사귀다가 뒤를 봐주는 야쿠자에게 성기가 잘렸다는 보도를 보고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를 밝혔다. 나훈아는 회견 도중 탁자 위에 올라가 바지 지퍼까지 내리면서 “여러분들이 원한다면 바지를 내려 보여드릴 용의도 있다”며 격한 심정을 드러냈다. 또 “우리나라는 연예계를 대우하는 정서가 없다”는 말로 서운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에는 각종 언론사 취재진 700여명과 사복 경찰, 수십 명의 팬클럽 회원들이 몰려 세간의 관심을 반영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관 계약 취소, 왜?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소문의 발단이 된 세종문화회관 대관 계약 취소. 나훈아는 “재작년(2006년 말) 공연을 마친 후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자신감이 없어 내년(2007년) 공연은 잡지 말라고 했다”면서 “그런데도 공연 기획사 측이 ‘혹시 마음을 바꿔 공연을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세종문화회관을 빌려 놓았던 것 일뿐 나도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자가 대관을 취소한 것만 갖고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기사를 썼다. 한 발짝만 움직여서 기획사 관계자를 만나기만 했더라도 다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잠적설-그간 새 아이디어 구상했다
잠적설에 대해서도 “스태프들과 휴가를 가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나훈아 잠적’ 보도를 했다”면서 “당시 동행했던 스태프들이 ‘도대체 왜 저러냐’고 했지만 말도 안 되는 것을 기사로 쓰고, 네티즌을 들끓게 만드는 것이 연예계 바닥이니 그냥 놔두라고 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이후 나훈아는 새로운 무대를 팬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얻고자 외국의 공연을 보거나, 전국 방방곡곡을 걸어다니며 여행을 했다고 설명했다.
개그맨 부인과의 외도설-꿈꿔본 적도 없어
나훈아의 불편한 심기는 모 개그맨의 부인을 빼앗았다는 소문의 진상을 밝히면서 극에 달했다. 그는 “실제는 물론이고 꿈에라도 남의 부인을 빼앗는 가정 파괴를 마음먹기라도 했다면 (저는) 여러분 집에서 키우는 개XX”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에는 엄연히 간통죄가 있는 데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법적으로 문제가 일어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 그는 “제가 몇 마디 해명을 하면 매스컴에서 또 시끄럽게 떠들 것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에 굳이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기 절단설-원하면 보여주겠다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듯 잠시 숨을 돌린 나훈아는 성기 절단설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14개국 20여 도시를 여행하고 돌아와보니 3류 소설이라고도 볼 수 없는 기가 막힌 이야기가 돌더라”고 이야기를 시작한 그는 양복 상의를 벗고 탁자 위에 올라갔다. 야쿠자에 의해 성기가 절단됐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주려는 듯 그는 곧바로 바지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리면서 “여러분들이 원하면 5분간 보여줄 수도 있다. 이래도 믿지 못하겠냐”고 물었다.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팬들이 서둘러 “믿는다”를 연호하자 이내 탁자에서 내려왔다.
언론에 호통, 컴백 당분간 없을 듯
나훈아는 “만약 이 소문에 연루된 두 여인이 의지가 약했다면 자살까지 했을 것”이라면서 기자들에게 “(이런 오보는) 펜으로 사람을 죽이는 행위”라고 맹렬히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김선아 김혜수는 아직 시집도 안 간 젊은 처자”라며 “그들에 대한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아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또한 언론에 대해 “잘못된 기사인데 남들 다 쓴다고 따라서 보도한 기자는 방조자이며, 나는 안 썼다고 말하는 기자는 방관자”라며 “어느 한 언론이라도 나서서 문제가 있다, 신중해야 한다는 말을 해야 했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나훈아는 향후 활동에 대해 “여러 괴소문을 들으면서 마음속에서 꿈이 모두 사라졌다”며 “이 후유증은 어떤 형태로든 오래갈 것이고 꿈이 사라진 이 마음으로는 무대에 설 수 없다”고 말해 당분간 무대에 오를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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