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어제 '4ㆍ9 총선 공직후보자 추천심사위원회'(공심위)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총선 공천작업에 들어갔다. 한때 집단 탈당 불사론이 나올 만큼 험악했던 계파 갈등을 딛고 공심위를 가동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만나 모종의 타협을 이끌어낸 정치력의 결실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 계파 간 불신이 여전한 데다, 공심위 구성 자체에도 계파 긴장이 반영돼 있어 한나라당이 스스로 다짐한 공정 공천을 무리 없이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찌 보면 공정 공천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강재섭 대표가 이날 심사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제시한 공천 기준대로만 하면 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국민공천, 경선 때 누구를 지지했는지 따지지 않는 공명공천, 국가와 사회를 위해 공헌했는지를 따지는 실적 공천을 한다면 누가 수긍하지 않을 것인가.
당내 역학구도라는 정치현실을 도외시하기는 쉽지 않겠으나 특정 계파의 이익을 의식하지 않고 객관적인 기준과 원칙에 따라 심사하는 것만이 공정 공천의 해답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 객관적 기준과 원칙에 따른 공천 의지를 의심케 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부정부패 전력자 공천배제를 규정한 당규 개정 논의도 그 하나다.
융통성 없는 규정으로 선의의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있어서도 안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규정을 완화하면 특정인 봐주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들이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의 물갈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무자격자의 정치권 진입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이런 점에서 공심위는 이 당선인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정치개혁에도 부응하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대선 압승의 기세와 전례 없이 높은 당 지지도로 볼 때 상당수 지역에서 한나라당 공천은 곧 당선을 의미할 수도 있다. 행여 한나라당이 이런 유리한 상황에 기대어 공천 심사과정에서 안이한 결정을 한다면 4월 총선에서 민의의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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