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갑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현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을 주창하고 나섰다. 그가 제시한 창조적 자본주의란 기업들이 불평등 해소를 위해 빈민들을 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을 말한다.
빌 게이츠 MS 회장은 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21세기 자본주의를 향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기업들이 각국 정부 및 비영리단체들과 함께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본주의가 부자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기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전세계 10억명의 빈민을 돕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이츠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자본주의에 대한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빈민지역인 소웨토 등을 둘러본 경험을 이야기하며 "기술 발전이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한다는 사실이 괴롭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는 조급한 낙관주의자"라며 "세계가 나아지는 속도가 너무 더디고 모든 사람들이 골고루 좋아지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게이츠 회장은 "기업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 사업을 해야 한다"며 "이런 사업들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시장의 힘으로부터 충분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두 가지 사명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인도 MS연구센터에서 개발 중인 신기술을 예로 들며 "우리는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무료거나 값 싼 소프트웨어 개발이 아니라 어떻게 기술을 창조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는 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이츠 회장의 연설 내용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린다. 미국의 시사 격주간지 내셔널리뷰는 "빌 게이츠 같은 억만장자가 자본주의의 축복에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위선"이라며 "정부가 지휘하고 통제하는 사회주의식 경제는 구 소련을 통해 실패작으로 입증됐다"고 비난했다.
반면, 미국 시사잡지 포린 폴리시는 "정부와 기업, 비영리단체들이 힘을 모아 세상의 불평등을 완화해 자본주의 영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며 게이츠 회장을 옹호했다.
게이츠 회장은 6월께 MS 회장직에서 물러나 부인과 함께 세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동 의장으로 자선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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