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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占의 DIY… 내 운세 내가 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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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占의 DIY… 내 운세 내가 점친다

입력
2008.01.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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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어머니는 으레 가족들의 운세를 보기 위해 용하다는 점집을 찾으셨습니다. 버스를 몇번씩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이나 색동한복을 입고 호통을 치는 점쟁이 할머니 때문에 점집에 가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오는 길에 자장면 사 주마” 하시는 어머니의 유혹에 못 이겨 따라나서곤 했지요.

하지만 요즘은 점을 보기 위해 오랜 시간 차를 타야 하는 불편함도, 무서운 점쟁이 할머니를 만나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스스로 가족과 나의 운세를 집에서도 손쉽게 점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점의 DIY(Do it Yourself) 시대’가 열렸다고나 할까요.

얼마 전 친구로부터 간단히 점을 칠 수 있는 다이어리를 선물받았습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을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다이어리를 넘기다가 멈춘 뒤 그 페이지에 나온 점괘를 읽기만 하면 된답니다. 주말이면 다이어리를 펼쳐놓고 다음주 일정을 확인하면서 이 사람을 만나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구설수를 조심해야 하는 날은 언제인지 등을 점쳐봅니다.

타로 점을 봐주는 휴대폰은 편리함의 극치입니다. 휴대폰에 내장된 기능이니 돈을 낼 필요도 없습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을 때 버튼만 몇번 눌러주면 점괘를 보여줍니다.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 행운의 색을 안다면 옷 입기도 편하죠. 이렇게 한 주를 시작하면 보험을 든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지기도 합니다. 점은 그만큼 가볍게 일상으로 들어왔습니다.

신성수 동방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는 “점이라는 것이 원래 통계에 바탕을 둔 것이라 100%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점괘에서 조심하라는 것을 삼가고, 부정적인 점괘는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하겠다는 태도를 가진다면 성공적인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합니다.

역학이나 각종 카드 점에 관한 책들로 대형서점은 가득합니다. 약간의 품만 들이면 점의 DIY가 낯설지는 않습니다. 서울 영풍문고 관계자에 따르면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점 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요즘에는 토정비결을 보는 책, 타로 점을 배우는 책만 해도 각각 20여 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지난해 이 서점의 점 관련 책 매출액도 엄청나다고 합니다. 입맛에 맞는 책 한 권으로 스스로 점쟁이가 되어보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입니다.

독학이 어려우면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문화센터, 구민회관 등에 마련된 사주 관상 역학 손금 타로 등 점과 관련된 강좌들을 찾아보세요. 한 달 3만~10만원의 비용이면 간단하게 점 보는 법 정도는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해가 바뀔 때마다 혹은 집안 일이 걱정될 때마다 습관처럼 점을 보던 여성들 중에 이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제가 아는 한 분은 친하게 지내던 동창이 몇 개월 전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사주 강의를 듣고 점쟁이가 거의 다 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유명한 작명소에서 이름을 지으려면 20만원이나 줘야 한다. 나도 차라리 그 돈으로 문화센터에서 작명법을 배우겠다”고 하더군요.

점의 DIY는 사실 전혀 새로운 현상은 아닙니다. 과거를 뒤져보면 우리 어린 시절에도 생활 속 점치기는 꽤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때 “수경이는 나를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를 반복하면서 꽃잎을 한 장 한 장 떼었던 ‘꽃잎 점’이 대표적이겠네요. 분신사바도 빼놓을 수 없죠. 두 명이 오른손을 마주 잡아 동그라미를 만들어 종이 위에 놓고, 가운데 볼펜을 끼워넣은 채 원을 그리면서 “분신사바, 분신사바” 주문을 외는 점 말입니다.

고등학교 자율학습 시간에 친구들과 모여 앉아 귀신한테 “제가 대학에 갈 수 있겠습니까” “저와 결혼할 사람은 예쁜가요”를 묻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손금의 인기는 또 어땠나요. 손금을 볼 줄 아는 친구와 함께 미팅에 나가는 것은 큰 고역이었죠. “어렸을 때 많이 아프셨군요”로 시작하는 녀석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지 않는 여성을 본 적이 없습니다.

철이 들면서 “난 점을 믿지 않아” “점쟁이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아”라며 장난처럼 여기던 온갖 점 보기와의 결별을 선언했지만, 지금도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이면 신문의 일일 운세를 들춰봅니다. 뭔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면 시골집 사랑방에서 손때묻은 책을 펼쳐놓고 토정비결을 봐주시던 할아버지가 더욱 그립습니다. “할머니께서 보시던 화투 점이라도 전수받을 걸” 하는 생각도 드네요. 설날도 다가옵니다. 점 한 가지 정도 배워서 가족들과 둘러앉아 한 해 운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을까요.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78장에 담긴 미래… 타로카드 배워보기

국내에 타로(Tarot) 카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90년대 중반 무렵입니다. 고대 인도의 경전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는 타로는 지금의 트럼프 카드의 옛날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홍대 앞, 대학로 등에서 타로 카드로 운세를 봐주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아직은 78장이나 되는 카드의 의미를 읽는 게 쉽지 않아 그다지 대중적인 미래 예측도구는 되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점집을 찾아가기 꺼려하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특별한 선천적 능력이 없어도 배워서 써먹을 수 있는 타로 카드는 꽤 많은 마니아 층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전국의 타로 카드 동호인 수는 약 5만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DIY 점’에 접근하기 가장 용이한 타로 카드, 우리 일상의 유능한 컨설턴트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국제 공인 타로 마스터인 최정안 타로 코리아(www.tarotkorea.co.kr) 대표의 도움말로 들어봅니다.

타로 카드를 배우려면 물론 먼저 카드를 구해야 합니다. 인터넷쇼핑몰이나 대형서점에서 2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적당한 입문서 등 가이드를 보고 거기 등장하는 디자인의 카드를 고르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원래 타로 카드에 담긴 상징을 책으로 공부해도 어렵지 않겠죠.

타로는 보통 광대, 황제, 마법사 등 각종 그림이 그려진 22장의 메이저 카드와 56장의 마이너 카드(검, 지팡이, 성배, 금화의 네 종류로 나뉘며 각 14장으로 구성)로 이뤄져 있습니다.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카드를 읽는 사람에게 “올해엔 결혼을 할까요”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잘 섞은 카드 중 선택을 하면 이를 해석하는 게 ‘타로 이용법’의 요점입니다.

자, 그럼 타로는 어떻게 배워야 할까요. 첫째, 그냥 자신이나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DIY 점’을 배우는 정도라면 각 카드가 상징하는 바를 책을 통해 익히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최정안씨는 “타로의 상징을 책을 통해 암기, 카드로 미래를 읽는 것은 외국어 학습으로 치면 의사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단어 암기를 끝낸 정도이죠. 제대로 운세를 말하려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라고 말합니다.

둘째, 동호회나 인터넷 관련카페에 가입해 강의를 듣거나 자료를 숙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책으로 혼자 배우는 것보다 동기부여가 잘 돼 보다 능숙하게 타로를 다룰 수 있지만, 아직 고수가 되려면 멀었습니다.

마지막 방법은 개인교습, 혹은 문화센터 등의 단체강습을 듣는 것이죠. 쉽진 않지만 미국, 캐나다의 타로카드 협회에서 인증하는 원격 강습을 받고 자격증을 딸 수도 있습니다. 뭐 하러 강의까지 듣냐고 하시겠지만 취미 차원을 넘어서려면 상대의 다양한 질문에 능수능란하게 답할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니까요.

<실례를 통해 배워보는 타로카드>

1) “올해 연봉이 20% 정도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2) 카드를 적당히 섞은 후 질문자가 직접 3장을 선택한다. 각 장은 과거, 현재, 미래를 의미하는 것으로 가장 기초적인 카드 배열 방식이다.

3) 첫 카드는 ‘절제’, 두번째는 ‘일곱 개의 지팡이’, 마지막에 ‘네 개의 금화’가 나왔다.

4) ‘절제’는 내재된 활동성을 의미하지만 그림에서처럼 뒤집어져서 나왔기에 연봉 인상에 대한 강렬한 욕구로 해석.

5) 다음 ‘일곱 개의 지팡이’는 고집,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현상을 뜻함. 최정안씨는 연봉 인상을 위해, 남이 동의하지 않는 일을 추진하는 게 좋다고 해석.

6) 마지막 ‘네 개의 금화’는 구두쇠를 의미한다. 약간의 연봉 인상은 가능하지만 그다지 큰 성과는 없을 것이라는 답이다.

마지막으로 타로에 대해 흔히 알려진 오해를 풀어보겠습니다. 타로는 과연 미래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타로가 보여주는 미래는 질문자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가장 가능성 있는 길일 뿐입니다. “올해 결혼 못 하겠네”와 같은 단정적인 답을 구하려면 점집으로 가야 합니다. 타로에서는 악재가 따르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오면 주변에 위험요소가 있는지 살피고 몸을 사리면 됩니다.

타로카드는 신물(神物)일까요? 물론 이것도 아닙니다. 그냥 종이지요. 최정안씨는 “글쎄요. 세상엔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게 많잖아요. 굳이 이런 메커니즘을 증명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라고 말합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 손안의 우주… 손금에 우리네 인생사가다담겨 있네

사람의 손은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우주 삼라만상이 그 안에 담겨 있다고까지 하지요. 크나큰 우주의 원리와 섭리는 물론 다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손에 나타난 소우주로서의 나, 그것만 알아도 삶의 활력소는 될 듯합니다. 일단 우리 손바닥을 한번 펼쳐볼까요. 거기 나타난 손금을 성공과 사랑, 결혼, 이별, 건강, 성격 등 갖가지 정보를 다 가지고 있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손금으로 인생사를 점치는 것이 언제 어디서 기원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서양에서 넘어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졌다는 설이 일반적입니다. 약 3,000년 전 인도에서 건너왔다는 설도 있지만 고대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등이 수상학에 능통했다는 기록도 있듯 서양에서 출발했다는 설이 맞는 것 같습니다.

누대에 걸쳐 성공한 사람, 실패한 사람 등등을 지켜보다 손금에서 어떤 일관성을 찾아냅니다. ‘손금이 이러저러하면 성공하는 사람이 많더라’는 식입니다. 그 과정에서 생명선, 두뇌선 등 손금의 명칭이 정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손금을 단순히 미신으로 여긴다면 오랜 세월의 지혜를 무시하는 일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처럼 꽤 확률이 높다고 하는 수상학, 여러분들도 자주 보시나요? 전문가들은 오른손, 왼손을 나누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때문에 손의 위치는 불문하고 기본적인 선과 구를 중심으로 알아보도록 하죠.

▲손금의 기본 - 생명선, 두뇌선, 감정선

이 3가지 선이 기본입니다. 건강과 수명을 나타내는 생명선은 짙고 길어야 좋다고 하죠. 사이에 잔주름이 없다면 병치레도 안 한다고 합니다. 두뇌선도 선명할수록 머리가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두뇌선이 직선형이면 의사나 과학자 등 이공계와 맞으며, 곡선이면 감상적인 경우가 많아 인문계열과 통한다네요. 감정선도 마찬가지로 직선에 가까울수록 솔직하고 감정 표현에 직설적이며, 곡선형일수록 반대의 경우입니다.

▲손의 굴곡도 중요하다

두께 차이가 있는 손의 굴곡을 구라고 합니다. 태양계를 본떠 만든 구 역시 많은 의미를 담고 있죠. 생명선과 엄지의 안쪽을 금성구라고 합니다. 두툼하게 발달한 사람은 운동을 잘하며 정이 많다고 해석합니다. 금성구 반대편에 있는 언덕을 월구라고 하는데 이곳이 발달하면 예술가의 기질이 높다네요.

검지 아래 부분에 명예와 권력을 의미하는 목성구, 중지 아래 종교적 믿음의 정도를 나타내는 토성구가 있으며 약지 아래의 태양구는 인기가 많은 사람이, 새끼손가락 아래 수성구는 사업과 관련된 성격이 발달된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재물, 사업운도 손바닥 안에

많은 인종, 다양한 성격이 있듯이 손금도 다양합니다. 일단 월구에서 손가락을 향해 뻗어나가는 선이 운명선과 재물선, 사업선입니다. 모두 직업과 적성, 운 등을 말해줍니다.

중지를 향하는 선이 운명선, 약지를 향하면 재물선, 새끼손가락을 향하면 사업선입니다. 성공의 여부를 가늠하겠죠. 선의 선명도에 따라, 시작되는 위치에 따라, 잔주름에 따라 각각 달라집니다. 선명하면 좋고 손목부터 이어져 있으면 금상첨화, 끊기거나 막히면 좋지 않다고 해석됩니다.

보통 직장인의 경우 손바닥 중간에서 운명선이 시작된다고 하며, 월구에서부터 시작된 운명선을 가진 사람은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없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그리 낙담하실 필요는 없겠네요.

▲손금으로 보는 인간관계

막쥔손금은 두뇌선과 감정선이 만나 가로선을 이뤄 손바닥을 가로지르는 선을 말하며, 원숭이손금이라고도 합니다. 해석이 분분하지만, 극과 극을 달립니다. 아주 좋거나 너무 나쁘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이죠. 손금을 통해서 인간관계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금성구에 선들이 없거나 연하면 인복이 없고 사교성 또한 떨어진다네요. 또 감정선과 두뇌선이 유난히 짧은 것도 소위 ‘왕따’ 손금이랍니다.

▲손금은 변한다

손금은 변합니다. 마음가짐과 행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답니다. <손금을 알면 인생이 보인다> 의 저자 박소영씨는 “손금을 알면 어느 정도까지는 인생을 예측하고 준비할 수도 있다”며 “손금을 내 옆에 두고 매일매일 조언해주는 카운셀러로 활용하라”고 전합니다. 손금에 나타난 자신의 단점과 장점을 파악하고 생활하다 보면 어느새 손금도 바뀌고 인생도 달라질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의 손금은 어떻습니까. 건강하고 장수할 손금인가요, 돈을 많이 버는 손금인가요. 사랑은 언제 이뤄지며 아이는 몇 명을 낳을까요. 손금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세요.

서점에 가면 수상학과 관련된 책들이 수십 종류에 달합니다.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손금’을 치면 유ㆍ무료로 손금을 봐주는 사이트가 넘칩니다. 단, 제각각 풀이가 다르다는 점을 기억하셔야겠네요. 그리고 모든 일이 손금대로 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행동과 성격의 변화는 곧 손금의 변화로 연결된다는 사실도 주목하세요.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 신문 '오늘의 운세' 어떻게 만들어지나

가장 손쉬운 ‘DIY 점 보기’는 신문에 난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는 것.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두루뭉술한 문장이지만, 짧은 점괘를 확인한 하루는 왠지 든든하게 느껴진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실리는 오늘의 운세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심심풀이로 읽고 마는 하루의 운세라도, 만들어 내는 수고는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띠를 기준으로 운세를 정리한 연지(年支)별 풀이를 싣는다. 열두 가지 띠마다 20대에서 60, 70대까지 대여섯 세대의 운세가 따로 있으니, 매일 60가지 혹은 72가지의 운세를 뽑아내야 한다. 아무리 역학(易學)의 대가라도 버거운 양이다.

역학가들은 대개 출생연도의 간지(干支)와 각 날짜의 일진(日辰)을 따져서 오늘의 운세를 풀어낸다. 예컨대 1988년에 태어난 올해 20세 청년의 1월 25일 운세를 결정하는 근거는 각각 무진(戊辰)과 갑자(甲子)인 생년과 일진이다. 신문에 실리는 20자 안팎의 운세풀이는, 이 조합에 대한 각 역학가의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조합이라도 풀이하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의 운세가 나온다. 역학적 지식의 바탕이 무엇인지, 세계관과 경험이 어떤지에 따라 풀이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십이간지와 육십갑자로 이뤄진 단순한 매트릭스에 주역, 자미두수, 기문둔갑 등 역학가들이 평생 천착해 온 음양오행의 정수가 담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운세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역학가 심재호씨는 “신생아가 가장 적었다는 지난해에 태어난 아이의 수도 48만명”이라며 “이들의 하루 운세가 모두 같다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사주(四柱) 단위로 나눠도 한 사주에 100명 정도의 사람이 몰려있으니, 생년을 단위로 삼는 운세풀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심씨는 “오늘의 운세는 각 띠와 날짜에 맞춰 충(衝)과 합(合)을 살펴 가장 범용성이 있는 얘기를 세대별로 들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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