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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대입자율화 긴급점검] <3> 영어 교육강화 방안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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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대입자율화 긴급점검] <3> 영어 교육강화 방안의 허와 실

입력
2008.01.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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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영어 교육’만은 집권 기간 5년 동안 확 뜯어 고치겠다고 작심한 듯하다. 영어교육 개혁에 올인하겠다는 태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영어몰입 교육’,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도입 등 가히 핵폭탄급 파장을 불러 일으킬 만한 혁신안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인수위측은 영어 교육 강화 방안이 차질없이 시행된다면 ‘기러기 아빠 퇴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자녀들을 해외로 떠나 보내는 아빠들이 격감할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한 해 영어 사교육에 쏟아 붓는 14조5,000억원 중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인수위는 “사교육만 되레 조장할 것”이라는 비판도 정면 돌파할 움직임이다. 이주호 인수위 사회교육문화 분과위 간사는 “재원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영어 수업 자체를 한 번 바꿔보겠다”고 말했다. 반발이 있더라도 영어 교육 강화 방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영어 바다에 빠질라

‘실용 영어’ 강화는 새 정부 개편안의 핵심이다. “세계화 시대에 영어만은 전 국민이 고등학교만 나와도 소통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언급이 시사하듯 10년 이상 영어 정규교육을 받고도 정작 영어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벙어리 대학생’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이를 위해 2010년부터 전국 고교에서 영어수업은 영어로만 진행하며, 수학ㆍ과학 등 일반 과목에 대해서도 영어로 강의하는, 이른바 ‘영어 몰입교육(English Immersion Program)’을 시범 실시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일선 교사들이 과연 그런 수준을 감당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다. 인수위는 매년 3,000명씩 영어수업이 가능한 교사를 양성해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공교육 기반이 허약하기 짝이 없다. 현재 일주일에 1시간이라도 영어로 수업 진행이 가능한 초ㆍ중ㆍ고 영어교사(TEEㆍTeaching English in English)는 전체의 33.5%인 1만 여명에 불과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말하기ㆍ쓰기 교육을 강화한다며 2003년부터 시행 중인 6개월짜리 심화연수 프로그램을 거쳐간 중ㆍ고교 교사 역시 2,000명에도 못미친다.

인천 숭덕여고 박권우 교사(영어)는 “정부가 집중 교육을 시킨다고는 하지만 연수프로그램 참여 기회는 학교당 한 명이 주어질까 말까한 정도”라며 “연수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장치도 없어 2년이란 짧은 기간 안에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교사 양성 시스템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병만 전북대 영문과 교수는 “몰입 교육은 담당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언어 교사의 역할도 해야 된다는 말인데, 우리나라는 교사 임용 시험에서 영어 활용 능력을 전혀 평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과정 및 선발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졸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판 토익 실험 성공할까

인수위는 올해 중학교 2학년생이 치르게 될 2013학년도 대입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를 제외하고 상시 평가시스템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읽기·듣기·말하기·쓰기 등 연간 최소 4차례 ‘살아있는 영어 구사능력’을 평가해 토익이나 토플 수준의 공신력을 얻게 되면 영어에 관한한 수험생의 입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국가 공인 영어시험은 해외 대학들의 인증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신뢰도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국개발 영어시험인 에이켄(英檢)의 시장 점유율이 61%에 달하고, 해외 600여개 대학에서 인증을 받은 일본과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또 시험이 연중 평가 체제로 바뀌면 오히려 학습 부담을 가중시켜 사교육만 부추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이 1점이라도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출제 경향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학원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벌써부터 서울 강남 학원가는 대형 호재를 만난 듯 들썩이는 분위기다.

박거용 상명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인수위의 개편안은 예산 확보 문제 등 보완 방안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영어 만능주의’로만 들린다”며 “새 정부가 정말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임기 내에 모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조급함을 버리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 "조기유학·어학연수 열풍 더 거세질 것"

전교조·참교육학부모회 전면 반박 기자회견

차기 정부의 영어 교육 정책에 대한 교사ㆍ학부모단체의 불만이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5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어 몰입교육으로 사교육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말을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냐"며 "새 정부의 영어 교육정책은 학생에겐 심리적 압박을, 학부모들에겐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교조는 "교육은 실험 대상이 아니며 국민적 합의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시장주의적 교육정책 기조를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도 이날 인수위 앞에서 "영어 사교육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고통스럽게 하고, 조기유학과 어학연수 열풍은 더 거세질 것"이라며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기러기아빠 축소론'을 비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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