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첫 총리로 내정된 한승수 유엔 기후변화 특사는 25일 “10년 20년 후를 보고 자원외교를 해야 한다”며 이 당선인이 총리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글로벌 자원외교’를 강조했다. 한 특사는 이날 새벽 1시께 서울 반포동 자택으로 찾아온 기자와 한시간여 동안 자신의 거취와 총리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총리 내정 사실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어투에선 이 당선자와 상당한 교감을 나눈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_총리 내정 사실 통보 받았나.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_총리 내정자로 거론되는데.
“요즘 언론이 내정이라고 몇 군데만 쓰는 줄 알았는데 많이 쓰더라. 언론이 그렇게 쓰면 그렇게 가는 거 아닌가. 총리 인선은 인수위나 대변인이 발표할 문제다. 내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_유엔 특사를 맡고 있는데.
“유엔 특사는 명예직이다. 그런데 국내의 중요한 직책을 맡으면 다른 사람에게 대신 맡길 수도 있다. 실제로 다른 나라 특사도 장관을 맡으면서 회의에 대리인을 보내더라.”
_당선인이 자원외교를 강조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리나라가 자원이 없으니까. 원유 가격이 배럴 당 120달러까지 오른다는 전망도 있지 않나. 구리, 철강 등 다른 자원도 중요하다. 중국을 봐라. 중동이 아니라 심지어 아프리카에도 간다. 그것도 당장을 보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10년 후 20년 후를 보고 가는 거다. 우리도 그럴 필요가 있다.”
_총리가 자원외교에 치중하면 국내 정치적 역할이 위축되지 않겠나.
“조직보다는 퍼스낼리티(사람)가 중요하다. 누가 직책을 맡는 지가 중요하다. 참여정부도 이해찬, 한덕수, 한명숙 총리가 서로 역할이 달랐다. 예전 청와대 비서실장 경험으로는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서 비서실장이 매끄럽게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더라.”
_신설되는 특임장관이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단순한 직책이 아니라 대통령과 총리, 장관간의 인간적 관계가 더 중요하다.”
_당선인이 창조적 실용주의를 강조하는데.
“현 정부는 이념에 얽매이니까 사람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이념보다는 실용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등소평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도 있지 않느냐. 실용주의도 좋은데 창조적이라는 말이 앞에 붙었으니 더 좋지 않겠나.”
■ 흑묘백묘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것. 등소평이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의미로 주장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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