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하가 중국의 유동성 축소 정책을 훼손하고 있다.”
위융딩(余永定)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 경제 정치 연구소 소장이 23일 다보스포럼에서 한 발언이다. 이 발언에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인상을 단행하지 못하는 중국의 고민이 담겨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습적으로 금리를 0.75% 포인트 내려 3.5%로 유지하자 중국 금리는 미국 금리보다 훨씬 높아져 국제단기자금인 핫머니의 유입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1년만기 예금금리가 4.14%인 중국이 금리를 올린다면 핫머니가 중국으로 물밀 듯 들어올 것은 뻔하다. 핫머니로서는 위안화 절상이라는 보너스도 얻을 수 있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6%를 넘는 물가 고공행진이 석 달 째 이어지고 있어 금리인상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하지만 물가당국은 소비자 물가를 강제로 동결하는 계획경제식 방식을 사용하는 형편이다. 핫머니가 급속히 중국으로 유입될 경우 자산시장의 거품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당국은 현재 은행 지급 준비율 인상 카드만을 준비중이다. 중국은행(BOC)은 설 명절 직후 유동성 흡수를 위해 지준율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세계 각국이 금리를 내리는 상황에서 아직은 ‘나홀로’ 인상하지 않겠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가 읽힌다.
이런 가운데 금리 인상 카드 대신 위안화 절상 속도를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샤빈(夏斌)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금융연구소장은 “위안화 가치상승 속도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 더 유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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