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은 23일 당내 정치상황과 관련, “좋은 경쟁구도를 만들어 좋은 후보가 나와야 일을 잘 할 수 있는 법”이라며 “적정한 수준의 경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당선인의 방미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정 의원은 이날 낮 워싱턴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총선, 지방선거”라면서 “정치가 경쟁이 과열되면 바람직하지 않지만 경쟁이 너무 없어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경쟁할 때 독과점 구도가 되면 안 되고, 불공정한 지위의 남용도 안 된다”면서 “좋은 경쟁구도를 만들려면 우선 진입장벽이 낮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의 발언은 향후 당내 지도부 구성 문제 등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 강재섭 대표,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당내 주요 인사들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입당 후 정치적 발언을 삼가했던 정 의원이 특사단 활동을 계기로 정치행보에 기지개를 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 의원은 귀국 후 29일 열릴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통해 당지도부에 무혈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태. 최고위원 복귀 의사를 피력했던 이전 최고위원이 최근 “정 의원과 같은 새로운 분이 선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물러서며 교통정리가 됐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간담회에서 ‘입각제의가 있을 경우 수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기회가 있으면 하겠지만 감투라고 생각해서 따라다니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일단 4월 총선에 출마, 6선에 성공한 뒤 당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정 의원은 2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깜짝 면담’과 관련, “한국 어느 대통령은 많은 시간을 들여 머리를 손질한다는데 이분은 머리 빗질에도 별 신경 쓰지 않은 듯 했고, 한 동네 사람처럼 편안하게 얘기했다”며 “부시 대통령이 내 근황을 묻기에 ‘정치와 축구를 함께 한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6ㆍ25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군이 참전했는데 그 당시 한국이 오늘날 한국처럼 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이라크가 한국처럼 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정 의원은 전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이태희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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