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통일부는 통일에 대한 열망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는 상징이다"며 "통일부를 없애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공식적으로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찾은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손 대표가 "이명박 당선인이 내놓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내용과 절차에 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동의한다.
단일민족으로서 1,300년 간 통일 못한 민족이 전세계에 없고, 타의에 의해 분단된 것은 망국에 버금가는 통한지사(痛恨之事)"라고 통일부 존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임시국회 한 달이 신당으로서는 존립가치를 보여야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민들이 강력한 야당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하는 비판이 두려워서 정당한 비판을 두려워 해선 안 된다"고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손 대표에게 "50년 정통 야당의 계승자란 자부심을 가져라. 이 세력의 대표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사람 아니냐"고 격려했다. 23일 청와대가 손 대표를 향해 "정치지도자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공격한 것과는 상반된 반응이다. 김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손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에 대한 지지로 해석된다.
김 전 대통령은 총선에 임하는 결연한 자세를 주문하며 "반성하고 거듭나 감동과 믿음을 준다면 국민들이 양당 체제를 복원시켜 줄 것이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야당 시절의 수난사를 회고할 때는 손 대표가 눈시울을 붉히는 등 비장한 분위기였다고 우상호 대변인이 전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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