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은 박근혜 전 대표와 회동을 마친 23일 저녁 박 전 대표와 비공개 대화 내용을 묻는 측근들에게 "이번에는 (박 전 대표가) 거절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당선인이 결과를 낙관할 만큼 선물보따리를 박 전 대표에게 안겼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배석자없이 20여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두 사람은 과연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24일 양측의 측근들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는 공천심사위 인선과 같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표측 유정복 비서실장은 "두 분이 원칙론적 논의를 했을 뿐 실무적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두 분이 큰 틀에서 신뢰를 구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가 '신뢰'를 거론한 배경에 대해선 이 당선인이 "밀실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박 전 대표측은 그간 이 당선인측의 몇몇 인사들이 당 조직과는 별도로 호텔에서 공천작업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당선인이 측근들의 밀실공천 작업을 뒤늦게 파악, 작업중단을 강하게 지시했고 이를 박 전 대표에게 확실하게 보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회동 직전에 양측의 핵심라인에서 이 같은 교감이 오가며 두 사람은 '공정 공천' 원칙에 합의했고, 박 전 대표는 "열심히 돕겠다"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 당선인이 회동 후 "박 전 대표측의 의견을 모든 면에서 제대로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물론 박 전 대표측의 공천지분 보장 요구를 이 당선인이 어느 정도 수용하는 선에서 '빅딜'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두 사람의 정치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