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은 24일 하루종일 정국구상에 몰두했다. 23일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으로 총선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매듭지어지면서 조각작업과 정부조직법 개편안 국회 처리 대책 등을 홀가분하게 구상할 여유가 생겼다.
한 측근은 "이 당선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총선 승리"라며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하면 경제드라이브도, 국가 개조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셈법으로는 박 전 대표와 손을 맞잡는 것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놓칠 수 없는 카드이다. 총선 승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가 제거되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측은 사실 박 전 대표측에 대해 그간 감정적으로 할말이 쌓여있다. 박 전 대표측은 이회창 전 총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하지만 "얼마나 흔쾌히 도왔느냐" "끊임없이 상황을 저울질 하지 않았느냐"는 서운함이 있다.
또 대선 이후 사실상 계보 정치를 하면서 당ㆍ정분리를 요구하며 이 당선인측을 압박한 것에 대해서도 마음이 상해있다. 한 측근은 "우리는 지난 8월 당내 경선 협상 이후 계속 양보하고 참아왔다"면서 "이 당선인도 이걸 알지만 내색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당선인은 다시 박 전 대표와의 화합을 택했다. 박 전 대표측이 이탈해 이회창 전 총재가 이끄는 자유신당에 합류하거나 독자 세력화 할 경우 총선구도가 흔들리면서 안정적 과반획득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이 당선인은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을 배려해도 전체 공천의 큰 틀에서 소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사실 박 전 대표측이 요구한 객관적 기준에 따른 '공정 공천'은 이 당선인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정치개혁을 표방한 만큼 한나라당 인적 쇄신을 위해선 자신에게 충성했던 인사들 을 읍참마속할 명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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