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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권위를 독립된 기구로

입력
2008.01.2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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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권이 물러가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 이 정권이 잘한 점도 있겠으나 비판의 소지가 되는 점도 적지 않다. 그 중 하나가 지나치게 방만하게 나라살림을 운영했다는 것이다. 국가공무원에 한정해도 5년 동안 무려 6만 명을 넘는 숫자가 불어났다고 한다. 국가채무는 덩달아 급속도로 증가했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부분도 물론 있다. 하지만 고약하게도 이 정권은 코드맞춤인사와 더불어 심한 정실, 연고인사로 시종해 왔다는 비판을 받는다. 더욱이 인사를 개인적인 신세갚음으로까지 아주 많이 이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떠나는 정권을 차갑게 바라본다.

새로운 정권은 이렇게 해서 마구 흐트러진 나라살림을 급히 수습해 안정시켜야 한다. 실용을 표방한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것은 아마 이러한 시대적 명분, 국민적 기대감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이를 절박한 과제로 여기며 조직의 축소화, 효율화에 기초하여 정부 개편작업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기며 작업했다. 대체로 수긍이 가는 일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소속 변경이다.

인수위가 마련하여 국회로 제출된 정부조직 개편안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금의 독립기구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바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1년 11월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양산된 수많은 인권억압적 요소들을 가려내어 청산했다.

역사적 찌꺼기로 남아 우리를 골치 아프게 해왔던 민주적 후진성을 개선하는 데 크나큰 공헌을 하여왔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아주 단기간에 몇 단계나 업그레이드했다.

이렇게 인권위가 엄청난 활약을 해온 것은 이것이 독립기구로서 존속할 수 있었다는 데 대부분 기인한다. 인권위가 그 동안 북한 인권문제에 소홀히 하였다는 등 비판을 받기도 하고 있으나, 그 공적의 창대함에 비추어 흠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본다.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행위를 감시하고 구제하는 장치인 인권위는 비슷하게 독립적인 기구인 선거관리위원회 못지않게 다른 곳에서 독립해야 한다. 인권위는 어느 것에 종속적이거나 얽매이지 않을 때 고유한 빛을 발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 주위에 아직 강하게 남아 있는 아시아적 전제사회의 유풍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한국에서의 대통령제는 지나치게 대통령 1인에 대한 권한 집중을 가져오는 폐단을 안을 수밖에 없는 약점이 있다. 인권위를 만약 대통령 직속기구로 한다면 인권위 활동의 범주가 크게 위축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우리의 최고 근본법인 헌법은 우리의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고귀한 인간이라는 이념을 잊지 않는 선에서 시장경제주의라는 이념을 택한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의 헌정체제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추구한다. 약육강식의 자본주의가 횡행하도록 놔두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무턱댄 분배나 평등의 주장이 가장 위로 올라서서 호령하는 것도 거부한다.

인권위는 우리나라에서 자본주의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구의 하나이다. 우리의 인권위는 그 동안의 눈부신 역할로 국제적 신인도도 아주 높다. 헌법재판소와 더불어 우리나라가 당당히 세계를 향하여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인 국가기관이라고 본다.

마침 소식을 접한 유엔고등인권판무관은 우리 인권위의 업적을 칭송하며, 이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뜻을 전해왔다. 그에 깊이 공감하며, 인권위의 대통령 배속에 관하여 재고가 있기를 한 사람의 헌법학자로서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신평 경북대 교수ㆍ한국헌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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