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경기부양을 위해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유럽은 금리 인하를 외면, 엇박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가 인플레이션을 유발, 더 큰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전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흐름이 대세를 이룰 것이란 예상과 달리, 유럽중앙은행(ECB)는 금리인하에 꿈쩍않는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23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인플레 억제에 우선 순위를 두는 원칙을 고수할 것이며 유로존(유로를 사용하는 지역)의 성장도 견조하다”고 밝혀 당분간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로 인해 반등세를 보였던 유럽 증시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영국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잉글랜드(BOE)의 메르빈 킹 총재도 22일 밤 연설에서 인플레 가중에 대한 우려를 거듭 강조했다. BBC 방송은 이달 BOE 통화정책위원회의에서 금리 유지 결정이 8대 1의 압도적 차로 이뤄졌음을 지적하면서 다음달 회의에서 대폭적인 금리인하 조치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의 이 같은 입장은 유럽 경제가 조정을 겪고 있긴 하지만,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두 달 연속 7년여 최고치인 3.1%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 유가의 강세가 지속되는 등 인플레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반면 유로존의 지난해 11월 제조업 주문물량이 2.7%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는 등 경제 성장은 견조한 상태다. ECB의 강경한 금리 방어 정책에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유럽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자신감도 깔려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경기둔화의 조짐이 나타나는데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유럽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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