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인수위원장은 23일 인수위 간사회의에서 "국내 경기도 그렇지만 해외 경기에도 걸림돌이 되는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나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어려운 시기에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온갖 지혜를 짜내고 창의적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한다"며 "새 정부의 가는 길이 순탄하도록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원론적 다그침이 아니다. 대통령직 인수위를 둘러싼 나라 안팎의 환경이 실제로 나빠지고 있다는 게 인수위의 최근 인식이다..
증시 폭락으로 상징되는 국제경제의 이상 징후,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예상보다 강력한 정치권의 저항, 그리고 새로운 대입정책을 둘러싼 논란 등이 인수위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녹록하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잘못되면 큰 파장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미국 내 신용 경색에 따른 세계 증시와 국내 증시 폭락사태에 대한 인수위의 위기감은 심각하다. 주가 폭락이 '경제 살리기'를 제1 모토로 내건 새 정부 초반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인수위가 이날 김석동 재경부 차관 등 관계자들을 불러 증시 안정화 대책을 협의한 것도 그래서다.
이명박 당선인도 최근 나빠지고 있는 세계경제 환경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하며 대책마련에 특별히 신경 쓸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측면에선 삼성 특검도 부담스럽다. 새 정부가 기업투자 활성화를 강조하며 한창 경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특검 수사결과는 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다분하다.
인수위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처리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며 내심 당황하는 표정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자체 대안을 마련키로 하는 등 원안 처리에 전혀 협조적이지 않은데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수위 일각에선 개정안이 제때 처리가 되지 않아 장관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할 가능성마저 배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당선인이 직접 신당 등 반대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새 정부의 골격이고, 경제는 핵심 정책 방향이다. 이 대로 가다간 사람의 몸으로 치자면 뼈와 살이 모두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새 정부가 출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혜를 짜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게 인수위 관계자들의 얘기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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