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3일 "세계 경제의 나쁜 환경 속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노사가 힘을 합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 건물에서 열린 한국노총 임원들과의 정책 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적)라는 말에는 노사가 다 들어 있다.
노동자 없는 기업인도 없고, 기업인 없이는 노동자도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당선인의 발언은 연일 계속돼온 자신의 친기업적 행보에 대한 노동계의 불만을 잠재우고, 새 정부의 최대 과제인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노동계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이와 함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노사 주체 4자가 한자리에 모여 노사관계 발전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노동계 인사들과 직접 만나기는 처음이다.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그러나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이 당선인의 친기업적 행보와 노동계 홀대를 지적하는 대목에서는 간담회장에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당선인은 자신이 노동계를 홀대한다는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이를 적극 해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당선인은 "당선된 뒤 기업인을 찾아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가 되겠다고 얘기한 뒤 한국노총에는 오지 않고 기업인들만 만난 것에 대해 섭섭함을 가진 분들도 없지 않다고 들었는데 조금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기간에 한국노총이 자신을 공개 지지한 사실을 거론한 뒤 "여러분과 우리는 대선 때 정책연대를 맺고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을 같이 한 조직이기 때문에, 부탁을 할 때는 기업에 먼저 가서 하는 것이 맞다. 손님(기업)에게 먼저 가는 것이 순서"라며 노동계의 이해를 구했다.
이 당선인은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노사가 굳게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세계 경제가 어렵고 기름값이 100달러를 넘어가는 데 곧 120달러까지 갈 것"이라며 "한국경제의 한 축인 노동자의 생산성이 향상된다면 어려움을 이길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노동생산성이 10~20% 올라가 세계와 경쟁할 수 있다면 원가가 10% 뛰어도 우리는 능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체신노조가 걱정하는 우정사업 민영화 문제도 결정된 정책은 없다"며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니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용득 위원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에 노동 전문가가 거의 없다"며 새 정부의 노동계 홀대를 지적한 뒤 "참신하고 능력있는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 정치권에 다수 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 ▦사회적 대화기구 확대 ▦노조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보장 ▦공기업 민영화 자제 등을 이 당선인에게 제안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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