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투매양상을 보이며 대폭락했던 글로벌 증시가 미국의 대폭적인 금리인하 조치로 다소 진정되고 있다. 순식간에 1600선으로 추락한 국내 증시도 어제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세계금융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어 미래에 대한 전망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의 실상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증시의 폭락은 세계 공통 현상이지만, 국내에서는 주식형 펀드 자금의 대규모 환매 사태를 의미하는 '펀드런'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어제 긴급 금융정책협의회를 갖고, 만약 대량환매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필요한 유동성을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연금과 연ㆍ기금의 주식투자를 조기 집행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증시를 떠받히기 위해 정부가 연ㆍ기금의 동원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관치적 발상이지만, 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의 표현 정도로 이해한다.
지난해 하반기 불어 닥친 '묻지마'식 펀드투자 열풍을 고려할 때 대량환매를 우려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지난해 주식형 펀드에는 65조원이 넘는 돈이 새로 유입됐다.
최근 주가폭락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5.47%에 이른다. 펀드붐에 편승해 투자에 뛰어든 신규 투자자들은 이미 적잖은 평가손을 보았다. 이번 주가 폭락이 주로 외국인투자자에 의한 것이기에 펀드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국내 주식시장도 일시적 주가의 급등락에 마비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냉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 사태로 '묻지마'식 펀드 투자붐이 얼마나 위험하고 허망한 것이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미 서브프라임 사태가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은행돈까지 빌려 펀드에 투자하는 맹목적 투자가 한창이었다.
시장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투자자들의 기대만 한껏 부풀려놓은 증권 회사들의 책임이 크다. 주식시장은 결코 도박판이 아니라는 평범한 교훈을 되새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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