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두레교회는 허름한 창고처럼 생겼다. 상가로 쓰던 3층짜리 건물 안으로 들어가보면 치장한 흔적을 별로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이 교회는 1년 예산 5억원의 절반 가까이를 복지단체나 지역, 교회 내의 가난한 이들을 돕는 구제비, 사회봉사비로 쓴다.
10년째 이 교회 담임목사로 있는 오세택(53) 목사는 개신교 NGO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로 일하면서 지난 5년 동안 개신교 내부 개혁운동을 해왔다. 22일 교회에서 오 목사를 만나 교회개혁운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최근 수년간 개신교계에서는 신자 수가 줄어들고 여러 비리로 사회적 공신력이 추락하자 위기를 느끼고 회개하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오 목사는 그러나 “회개는 인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교회의 근본적인 방향이 잘못 설정돼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70, 80년대 이후 물량주의, 성장제일주의로 교회가 성경의 본질에서 벗어났으므로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교회개혁운동의 취지”라고 말했다.
오 목사가 박득훈 언덕교회 목사 등과 함께 해온 교회개혁운동은 교회 정관 갖기, 목회 평가 시스템 도입, 교회세습 반대, 재정 투명성 확보, 재정의 성경적 운영, 교회 내 분쟁 조정을 위한 상담 등이다.
“교회의 세속화 문제는 내부 개혁이 힘듭니다. 그래도 5년 정도 지나니 이제는 조금은 개혁운동을 의식하는 듯 합니다. 초기에는 금권선거를 감시하기 위해 각 교단 총회에 가면 문전박대를 하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자리를 권할 정도는 됐습니다.” 오 목사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조기은퇴 약속, 교회 재산에 친인척이 개입하지 않기로 한 것을 교회개혁연대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았다. 교회개혁연대는 지난 19일 5주년 총회에서 왜곡된 성경 해석의 수정, 맘몬숭배의 척결, 건강한 재정구조 확립 등 한국교회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지난해 재정을 공개했을 때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개신교 교회들도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예산안을 만들 때 전 교인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재정도 교회 건물 짓고 꾸미는데 쓰지 말고 구제ㆍ선교활동에 더 많이 써야 합니다.”
오 목사는 요즘 교회들이 예수의 가르침과는 달리 낮은 곳이 아니라 꼭대기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예수님은 자신의 인기가 높아지자 왕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을 거부하고 낮은 곳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요즘 교회들은 권력집단이 돼 심지어 정부를 바꾸려 하고, 세상 질서를 뒤집으려 합니다.” 이 같은 세속화 경향은 구원에 대한 이해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하나님 복 받아서 출세하고 돈 많이 버는 게 아니라, 권력과 생계에 대한 욕구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진정한 구원입니다.”
오 목사는 이 교회에 부임하면서 담임목사를 3년마다 재신임 하도록 바꿨다. 교인의 3분의 2가 동의하지 않으면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또 교회 규모가 커지지 않도록 서울 강북구 수유동 나눔교회, 김포시 보배교회 등 교회 2개를 만들어 분립시켰다.
“교회의 덩치를 키우는 것은 위험합니다. 교회 건물과 시스템이 커지면 그걸 유지하기 위해 헌금을 더 모아야 하고, 그러다 보면 목사들은 교인들이 듣기에 좋은 말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 목사는 교회의 성장이 세속화를 낳는다고 했다. “강남의 대형교회에서는 ‘죄’를 언급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교인들이 스트레스 받고 나가버린다는 겁니다.”
오 목사는 앞으로의 교회개혁운동의 방향에 대해 신학자들과 토론을 통해 바른 교회상(像)을 정립하고, 개신교계 내에 좀 더 많은 개혁운동단체들이 생겨나 연대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불교는 나를 비우는 종교이지만 기독교는 나를 충만하게 채우는 종교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떠났을 때 그 상실감을 채우기 위해 권력, 물질, 성, 명예에 집착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로 자기를 채워달라는 것은 기복신앙이며, 내 안에 하나님이 충만하게 찰 때 진정한 안식과 평강을 누리는 게 구원입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