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각계 전문가들이 주요 국제 기구의 고위직에 속속 입성, 중국의 목소리를 세계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은행이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린이푸(林毅夫ㆍ56) 베이징(北京)대 중국경제연구소장을 세계은행 선임부총재 겸 수석경제학자에 임명할 예정이라고 최근 전했다.
세계 경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수석경제학자에 중국 전문가가 임명된다는 것은 중국 경제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이 자리는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스탠리 피셔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 미국과 유럽 등의 쟁쟁한 경제학자들이 도맡아왔다.
특히 린이푸 교수의 경우 대만의 엘리트 장교 출신 망명자라는 점에서 상당한 상징성도 지닌다. 린 교수는 대만대를 졸업한 후 학사장교 시절 대만 지도부의 발탁으로 군내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1979년 진먼(金門)섬 주둔 연대장으로 근무하다 농구공 하나에 의지해 바다를 건너 중국으로 망명한 인물이다. 린 교수의 임명에는 지중파로 알려진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의 총재가 큰 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인 여성 변호사 장웨자오(張月姣)가 세계무역기구(WTO) 대법관에 올라 세계 각국간 무역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같은 해 2월에는 전 주 제네바 중국 대표부 대사인 사주캉(沙祖康)은 유엔 경제사회담당 사무부총장에 올랐다.
중국 정부는 2006년 홍콩인 마거릿 찬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 자오후린(趙厚麟)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부총장에 올려놓았고, 2005년에는 장신성(章新勝) 전 중국교육부 부부장(차관)을 유네스코 사무부총장에 당선시켰다.
특히 대부분의 국제 기구 고위직 선출 과정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중국이 내보낸 후보자들은 여유 있게 당선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중국인의 국제기구 진출에 대해 중국 환구시보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수많은 국제 현안에서 중국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수창(蘇長) 상하이외국어대 교수는 “국제 기구들은 이제 중국의 인력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이 추세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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