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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 "가수가 은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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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 "가수가 은퇴라니?"

입력
2008.01.2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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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토크토크] 노래인생 50년 현미

미국의 유명 가수 다이애나 로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드림 걸스> 가 전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거뒀다. 무대 위의 열정 그리고 희대의 로맨스로 뒤섞인 할리우드 영화는 음악적인 요소와 맞물리면서 많은 팬들을 사로잡았다.

한국에도 이 영화의 주인공이 있다. 가수 현미는 영화 <드림걸스> 를 뛰어넘는 삶을 살았다. 현미의 일대기 영화는 기존 가수를 대신해 대타로 무대에 올라 기립 박수를 받은 데뷔 스토리에서 시작한다. 명 작곡가 이봉조와 호흡을 맞춰 15년간 정상의 가수로 군림한다.

물론 그 작곡가와 희대의 로맨스도 빠질 수 없다. 잇따른 파경과 재회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음악과 인생의 동반자는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홀연히 떠난다. 남겨진 유작으로 떠난 자리를 반추하고 있는 이 노(老) 가수의 삶은 영화 소재로 아깝지 않다.

중저음의 허스키한 음색을 당대를 풍미한 가수 현미는 그렇게 무대에서 50년을 그렇게 살았다. <밤 안개> <떠날 때는 말없이> 로 대중과 웃고 울렸던 현미를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만났다.

▲ 영화 같은 인생을 살았다.

=(잠시 생각에 젖다가) 그렇죠. 참, 남들 못 해 본 것들을 많이 하면서 살았죠. 지금 돌아보면 후회 없어요. 내 나이 스물에 애들 아버지(고 이봉조) 만나서 정열적으로 일하고 사랑하면서 살았어요. 15년 동안 대중의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살았어요. 세월이 언제 이렇게 흘렀는지 모르겠어요.

▲ 데뷔 전에는 무용에 소질이 있었다고 들었다.

=맞아요. 노래하라고 해서 처음에는 도망 다녔어요.(웃음) 중학교 3학년때 희망가극단이라고 있었어요. 당시에는 최고 인기였어요. 친척 언니가 소개해줘서 단원으로 지방 순회 공연 다니다가 서울로 따라 올라갔어요. 말 그대로 가출을 한 거지. 비행이 아니라 그냥 가난한 게 싫어서 무대로 도망친 거였어요. 오빠한테 붙잡혀서 다시 돌아와서 한 무용 연구소에서 조교 생활을 했어요.

▲ 대학진학과 함께 미8군에 들어갔을 때 생활은 어땠나.

=당시에는 대학생이 돈벌이를 할 곳이 미군 무대 밖에 없었어요. 노래나 무용을 했고 서빙을 보기도 했죠. 운 좋게 미 8군 무용수로 취직을 해서 지금 여의도에 있던 장교 클럽에서 공연을 했죠.

▲ 인구로 회자되는 데뷔 무대를 얘기해달라.

=어느 날, 솔로 가수로 활동하던 이대생 두 명이 모두 결근을 했어요. 악단에서 트럼본을 부시던 분이 갑자기 날 추천했죠. 대타로 올라가는 그 와중에도 관객이 외국 사람들이니 팝송을 불러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베사메무쵸> 를 택했죠. 조그마한 동양 젊은 여자가 우렁차게 노래를 부리니 사람들이 깜짝 놀랐어요. 다들 일어나서 앙코르를 외치는데 두 곡을 더 했죠. 무대를 마치고 뛰어 들어와서 엉엉 울었어요. 그 때서야 겁이 덜컥 난 거죠.

▲ 고 이봉조 선생과 인연은 어떻게 맺었나.

=내가 현시스터즈로 활동할 때 그 이는 악단의 테너색소폰 연주자였어요. 어느 해인가 크리스마스 이브였어요. 눈 내리는 남산 오솔길을 걷는데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나는 거에요. 당시에 피아노 있는 집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죠. 호기 좋게 집에 들어갔죠. 그 양반이 <고엽> 을 연주했어요. (잠시 추억에 잠기다) 좋았죠. 그리고는 바로 결혼했어요.

▲ 이봉조와 함께 앨범을 취임했는데.

=1962년이었어요. 어느 날 같이 라디오를 듣다가 멜로디가 좋아서 그 이가 편곡을 다시 했죠. 그 땐 그게 냇킹 콜의 <잇츠 론섬 올드 타운(it's lonesome old town)> 인지로 몰랐어요.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밤안개> 에요. 일종의 번안곡이었던 셈이죠. 그렇게 큰 인기를 얻을 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죠.

▲ <밤안개> 에 대한 얘기를 더 해달라.

=사실 팝송을 부르는 것에만 익숙해져서 내 음반을 낸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고민을 했어요. 6곡을 받아서 녹음을 했는데 2곡이 비었죠. 때마침 일본에서 돌아온 길옥윤 선생님에게 <내 사랑아> 를 받았는데도 한 곡이 모자란 거에요. 급한 김에 <밤안개> 를 넣게 됐죠. 녹음을 마치고 제주도로 공연을 갔어요. 그런데 공연이 잘 못돼서 제주도에 발이 묶이게 됐죠. 그러다 극장에 갔는데 대한뉴스에 현미의 <밤안개> 가 장안에 난리가 났다고 하는 거에요. 그 때는 실감이 안 갔어요. 제주도였으니까.(웃음) 집으로 돌아왔더니 차를 대놓고 방송사와 업소 관계자들이 진을 치고 있더군요.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된 거죠.

▲ 이후에는 승승장구했다.

=당시에는 라디오 드라마 주제가와 영화 주제가가 큰 인기를 얻었어요. <아빠 안녕> <보고痼?얼굴> <애인> <떠날 때는 말없이> <두 사람> <몽땅 내 사랑> 같은 곡들이 줄줄이 히트를 했어요. 그때 엄앵란 신성일하고 시상식을 늘 함께 다녔죠. 1975년 애들 아버지와 헤어지고 지금 아파트에 들어왔을 때도 바로 옆집에서 서로 의지하면서 지냈어요. 생각해도 가장 어려울 때 옆에 있던 엄앵란은 둘도 없는 친구죠.< p>

▲ 활동 당시에 재미 있는 얘기 많았을 것 같다.

=1964년 내가 둘째를 가졌을 때에요. 정말 덥던 여름이었는데 지금 스카라 극장 앞 건물에서 녹음을 했죠. 같은 녹음실에서 똑같이 임신을 한 이미자씨가 <동백 아가씨> 를 녹음했어요. 한 녹음실에서 임신한 두 여가수가 녹음을 하게 된 거죠. 두 명의 인기 가수가 녹음을 해서 대박이 나니까 다른 가수들도 서로 그 녹음실에서 녹음을 하겠다고 난리가 났었어요.(웃음)

▲ 평생의 동반자였던 이봉조를 추억해달라.

=헤어질 때는 서운했죠. 참 멋쟁이였어요. 밉기 이전에 두 아들을 줬고, 내 첫사랑이에요. 좋은 노래 줘서 날 스타로 만들어줬고 지금까지 무대에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해줬어요. 그냥 감사할 뿐이에요. 후회는 없지만 한(恨)이라고 할까요. 아쉬움은 좀 있지요.

▲ 무대 위에서 재회를 해서 다시 화제가 됐다.

=애들 유학 보낸 것도 아버지와 관계 때문이었어요. 혹시나 불편해 할까봐 그랬던 거죠. 내가 활동을 안한 것도 혹시 나를 보면 불편해 할까봐 그랬죠. 그러다가 10년 만에 KBS 2TV <나이트 쇼> 에 함께 출연했어요. 그 때 애들 아버지가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나를 소개할 때 NG를 계속 내더라고요. 다시 합치지는 못했지만 음악적으로는 계속 교류를 이어가게 됐어요. 그러다가 2년 뒤에 세상을 떴죠. 너무 일찍 갔어요.(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제 눈 감는 날까지 그이를 기념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해야죠.

▲ 추모사업에도 열심인데.

=대단한 분이니까요. BJ 음악재단을 세웠어요. 애들 아버지가 남긴 곡들로 추모 앨범도 냈죠. 제 소원이 있다면 그이 고향 진주에 조그만 동상을 하나 세우는 거에요. 계속 준비하고 있어요.

▲ 남편은 떠나보냈지만 아들이 이제 무대에 함께 선다.

=첫째 아들 영곤이가 가수로 데뷔해요. 사람들이 하도 우량아라고 저보고 '돼지엄마'라고 놀리게 했던 그 녀석이에요.(웃음) 뒤늦게 데뷔한 만큼 뿌리를 잘 내리도록 제가 도움을 줘야죠. 자라면서 가수가 되고 싶다는 걸 억지로 말렸어요. 이렇게 잘 하는데 그냥 시켜도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도 많이 해요. 올해 50주년 기념 전국투어를 50개 도시에서 할 예정인데 아들과 함께 설 거에요.

▲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전국 공연을 하는 것은 제가 아직 건강하게 노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죠. 가수가 은퇴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겠어요? 내일 당장 목소리가 안 나오면 그게 은퇴죠. 목소리만 존재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요즘 기도 제목은 60주년까지 무난하게 노래하게 해달라, 이런 거죠. 언제나 열정적으로 노래할 테니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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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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