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하호정 연승 행진… 권효진·위에량 부부 나란히 통과조훈현·김일환 등 노익장… 강자 각조에 분산 큰 이변 없어
출전 선수 195명에 본선 티킷은 겨우 7장 뿐. 평균 경쟁률 27 대 1의 좁은 문을 뚫어야 한다.
제 36기 하이원배 명인전 예선전이 17일부터 시작됐다. 21일까지 토너먼트 방식으로 2회전을 치러 3회전 진출자 53명을 가려냈다. 삼성화재 결승전서 이세돌과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박영훈과 여류 명인전 결승전 일정이 겹친 루이나이웨이와 조혜연 등 3명이 속한 조는 시합이 연기됐다.
먼저 17, 18일 이틀간 벌어진 예선 1회전에서는 뜻밖의 이변은 없었다. 강자들이 초반에 만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랭킹 30위 이내 선수를 각 조에 분산 배정한 때문인지 대부분 이길 만한 사람들이 모두 이겨 2회전에 진출했다. 1회전에서 눈길을 끈 ‘사건’이라면 ‘영원한 명인’ 서봉수가 무명 김형환(4단)에게 밀려 첫 판에서 탈락했다는 것 정도다.
서봉수는 이날 깜빡 대국 일자를 착각하고 다른 일을 보러 가다가 기전 담당자의 연락을 받고 허겁지겁 기원으로 달려 왔으나 무려 50분이나 늦었다. 지각 시간의 두 배를 공제하는 대국 규정에 따라 제한 시간 두 시간에서 1시간40분을 제하고 나니 남은 시간은 불과 20분. 결국 시간 부족으로 제대로 수읽기를 못하고 실수를 연발, 불계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21일 열린 2회전에서는 드디어 상위 랭커 중에서 탈락자가 나왔다. 랭킹 16위 안조영이 50대 노장 김일환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고 쓰러졌고, 유창혁(랭킹 19위)은 지난해 5월 입단한 햇병아리 이원도에게 당했다. 또 지난 해 명인전 본선 멤버로 활약했던 김기용(랭킹 22위)은 여전사 이다혜에게 무릎을 꿇었다.
여자 기사들은 1회전에서 남치형 김민희 권효진 백지희 하호정 박지연 김선미 이다혜 조혜연 등이 각각 남자 기사들을 쓰러뜨려 기세를 올렸지만 2회전에서는 이다혜 하호정 권효진 3명만 살아남았다.
이다혜는 앞에서 밝혔듯이 장주주와 김기용을 잇달아 꺾었고 2주 후 둘째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라는 하호정은 만삭의 몸을 이끌고 출전, 이홍열과 강훈 등 ‘왕년의 주먹’들을 내리 물리쳐 ‘아줌마의 힘’을 과시했다. 역시 ‘애엄마’인 권효진은 공교롭게도 2회전에서 외삼촌인 박승문과 대국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결과는 권효진의 불계승.
남편인 위에량도 박승화에게 이겨 부부기사로는 유일하게 나란히 2회전을 통과, 기쁨 두 배가 됐다. 한편 지난 주 원양부동산배서 우승, 국내 최초 여자 9단이 된 박지은은 김승준을 맞아 열전을 펼쳤으나 석패했다.
노장들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바둑 황제 조훈현(55) 외에 김일환(52) 백성호(52) 김수장(51) 서능욱(50)이 각각 2회전을 통과, 노익장을 과시했다. 40대에서는 유일하게 양재호(45)가 살아 남아 자존심을 지켰고, 김승준(35) 이창호(33) 최명훈(33) 작은 이상훈(33)이 30대의 기수로 나섰다.
한편 10대에서는 박정환(15) 김승재(16) 강유택(17) 권형진(18) 강동윤(19) 김지석(19) 진시영(19) 이원도(19) 등 8명이 3회전에 진출했다. 이 가운데 강유택 김승재 이원도는 지난해에 입단, 올해 처음으로 명인전에 출전한 새내기들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명인전 예선은 25일까지 모두 5회전을 치러 본선 진출자를 가린다. 3회전 진출자 중에서 대망의 본선 티킷을 움켜쥘 용사는 과연 누구일까. 각 조별로 대충 예상해 보면 먼저 A조에서는 ‘0순위’ 이창호에 윤준상 홍민표가 다크호스다.
B조에서는 박영훈이 김승재 이원도 등 새내기들의 도전을 뿌리쳐야 하며 C조는 강동윤 - 송태곤, 허영호 - 김지석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D조는 이영구 홍성지 조훈현의 3파전 양상이며 E조는 원성진과 백홍석이 유력하다.
F조는 한상훈과 온소진 신예 파워에 ‘흑기사’ 김승준이 도전한다. 끝으로 G조는 박정상 박정환 최철한 고근태가 서로 얽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난전이 예상된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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