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변호사로 의사 시험 합격 이경권씨
대표적 전문직종인 의사와 변호사 가운데 어느 쪽의 삶의 질이 더 좋을까.
2004년 의대에 편입한 뒤 최근 의사국가시험에 합격, 변호사와 의사 신분을 동시에 갖게 된 이경권(38ㆍ사진) 변호사를 보면 의사보다는 변호사가 나은 것 같다.
이 변호사는 1998년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사법시험 41회에 합격한 뒤 2002년부터 약 2년간 법률사무소에서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처음에는 간호사 출신 직원의 도움을 받아가며 서면을 작성해야 했으나 차트마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 의료소송 업무에 익숙해진 이후에도 스스로 한계를 느끼던 이 변호사는 주위 의사 친구들의 권유로 2004년 가톨릭대 의대에 편입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의대 본과생활이 쉽지는 않았다. 의료소송을 일삼는 변호사에 대해 대놓고 적대적 감정을 드러내는 일부 선배 의사들의 눈총 속에서 막냇동생 뻘 동료와의 경쟁은 몹시 힘들었다. 공부가 특히 힘들었던 1학년 과정 동안에는 아내와 자녀를 처가에 보내고 자신은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다.
4년간의 의사수업은 이 변호사의 생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 변호사는 “건강보험공단이 철저히 통제하는 국내의료체계는 의료인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대의 명의로 통하는 교수님 조차 아침 회의 때마다 자신의 처방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지 여부를 따지는 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의사들 사이에서 전문가 집단의 자부심이 크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의사로 전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계속 변호사로 일할 예정이다. 2년 후쯤 외과에서 인턴 수련을 밟을 생각이지만, 적성이나 현실적 문제를 모두 감안하면 ‘변호사 의사’보다는 ‘의사 변호사’가 유리하다는 게 그의 판단했다.
이 변호사는 “불쌍하고 억울한 환자도 많지만, 환자들의 터무니 없는 주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개인병원과 의사도 많다”며 “의료기관과 의사들의 상황과 처지를 이해하고 돕는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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