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워너비·슈주·에픽하이파격 변신으로 팬층 넓혀20·30대 구매력 이끌어
급감하는 음반 판매량과 줄어드는 무대로 가요계가 사면초과에 이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위기상황만을 강조하며 경고음만 울릴 수는 없는 법이다. 어려울 때 있수록 또 다른 돌파구를 만들어내야한다. 스포츠한국은 2008년 새해를 맞이해 신년기획으로 침체에 빠진 가요계의 생존방안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어려울 정도다.
2007년 최다판매음반 기록은 19만998장(한국음반산업협회집계)을 판매한 sg워너비의 4집에게 돌아갔다. 2008년 가요계가 20만장을 채 못 넘긴 숫자에 연초부터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2000년 최다판매음반으로 기록된 조성모의 3집은 196만장이 팔려나갔다.
7년 만에 1/10의 파이가 줄어든 셈이다. 역대 최다 판매 앨범인 김건모의 3집 앨범 <잘못된 만남> (280만장)과 비교하면 1/14까지 비율은 떨어진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음반판매가 저조해지고 있는 흐름을 감안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의 경우(표 참조)와 큰 격차를 두고 있다. 잘못된>
하지만 반대로 혹한 가운데 피어나는 인동초는 찬란하게 빛난다고 했던가. 최악의 시장 상황을 뚫고 음반판매량 상위에 랭크된 세 팀을 살펴보면 가요계의 돌파구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음반판매량 1위에서 3위를 차지한 sg워너비를 시작으로 슈퍼주니어(16만4.058장) 에픽하이(12만301장)가 2008년 가요계에 시사하는 바를 정리했다.
#변화를 두려워 말라
sg워너비가 지난해 4월 4집 앨범 <더 센티멘탈 코드(the sentimental chord)> 를 들고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반응은 엇갈렸다. 타이틀 곡 <아리랑> 이 기존 sg워너비의 음악과 다른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악을 접목한 리듬이 sg워너비가 3집까지 주무기로 삼았던 미디엄템포의 느낌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의 취향만을 고려했다면 sg워너비는 2년 연속 최다 음반 판매의 주인공이 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리랑> 더>
sg워너비의 소속사 관계자는 “<아리랑> 공개와 함께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하지만 sg워너비의 음악색깔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국악과 접목으로 새로운 느낌을 주겠다는 의도가 차츰 팬들에게 전달되면서 호의적으로 반응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리랑>
슈퍼주니어도 마찬가지다. 슈퍼주니어는 ‘연중 무휴’ 그룹을 표방하면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친근한 모습을 강조했다. 1집도 이런 귀엽고 친숙한 분위기의 곡들로 채워졌다.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였지만 2집을 앞둔 슈퍼주니어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자주 노출되는 바람에 자칫 무대 위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도 관객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멤버들은 앨범 발표 1개월을 앞두고 모자와 가발을 쓰면서 컨셉트를 철저히 감췄다.
슈퍼주니어는 앨범 발매와 함께 스크래치가 강조된 헤어스타일과 타투로 거칠고 강인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강렬한 슬래시 사운드가 돋보이는 <돈돈(don’t don)> 을 타이틀 곡으로 고른 것도 이 때문이다. 돈돈(don’t>
에픽하이의 선전은 2007년 가요계의 가장 빛난다. 하지만 변신을 두려워 하지 않았던 그들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점은 부각되지 못했다. 두 장의 CD를 한 앨범에 담아 기존 힙합을 다양한 장르로 변주해 냈다.
댄스 풍이 강한 <러브 러브> 무대에서 DJ 투컷이 다른 멤버들과 춤을 추며 랩을 하기도 했다. 소외된 이의 비극적 사랑을 다루는 <팬> 을 타이틀 곡으로 고른 것도 대중적 취향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어느새 이들을 통해 대세가 됐다. 새롭고 신선하다는 대중의 지지는 <팬(fan)> <러브 러브> 가 연달아 히트하면서 현실화됐다. 러브> 팬(fan)> 팬> 러브>
멤버 타블로는 “대중의 취향과 쉽게 영합하는 순간, 내가 만드는 음악이 아니다. 음악 팬들과 후배 뮤지션들을 위해서라도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아야 한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될 때 제대로 된 무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이 계속 되면 앨범도 팔려나가고 음악 산업도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대 이상을 잡아라
슈퍼주니어는 변종 아이들 그룹이다. ‘오빠’의 이미지에서 ‘남동생’의 이미지로 탈바꿈한 그룹이다. 10대 위주의 팬 구성도 20대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 그리고 영화 출연으로 30대 이상의 팬들도 강인 희철 시원 등의 주요 멤버 이름을 알 정도다.
이들이 앨범 판매에서 호조를 보일 수 있었던 것도 경제력을 가진 20대 이상을 끌어 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슈퍼주니어는 전 세대에 퍼진 인지도를 기반으로 멤버 전원이 영화 <꽃미남 테러사건> 에 출연해 10만 관객을 동원했다. 숫자는 미비해 보일 수 있지만 이전 아이들 그룹은 해내지 못했던 기록이다. 꽃미남>
슈퍼주니어 소속사 관계자는 “그룹 전체가 가요 프로그램의 출연만 고집하던 시대는 지났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한 멤버들의 개별활동도 활동의 연장선이다. 결과적으로 그룹의 인지도를 전 세대로 넓히면서 그룹 활동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에픽하이 멤버들은 4집을 중요한 전환점으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가볍지 않은 가사와 진중한 리듬으로 주된 팬층이 20대와 30대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클럽과 소극장 그리고 대규모 무대를 가리지 않고 팬들을 만났다. 방송 출연을 통해서 힙합 그룹은 클럽 공연만을 고집하던 선입견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타블로는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남성 팬들이 많이 늘었다. 무겁고 진지한 내용이 앨범에 수록되면서 팬 연령대도 많이 올라갔다. 이런 요소들이 앨범 판매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대중적인 그룹은 sg워너비다. 이들은 공연 무대를 통해 20,30대를 확고한 팬층으로 확보했다. 연 평균 100회 이상의 전국투어를 통해서 ‘노래 잘하는 그룹’ ‘좋은 노래를 하는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자연스럽게 이 효과는 앨범의 소장가치를 높였다. sg워너비는 지난 12월 고급 호텔에서 디너쇼도 개최했다.
10만원 이상의 입장료를 낼 수 있는 40대 이상의 팬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경제력이 있는 20대 이상의 팬층을 확보하면서 불황에 허덕이는 가요계의 대표적인 인동초가 될 수 있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음반산업이 10대 장사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10대 들은 CD 구입하는데 돈을 사용하지 않는다. 음악 외에 다양한 놀이문화가 많기 때문이다. 20대 이상이 주된 음악 소비계층으로 자리하고 있다. 경제력이 있는 이들이 주체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의 지갑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열리게 하느냐에 가요시장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김성한기자 wi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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