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家)의 비밀 그림창고’라는 의혹이 제기된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물품창고에 대해 삼성 특별검사팀이 21일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특검팀은 이곳에서 고가로 보이는 그림 등 수천~수만점의 미술품을 무더기로 발견했지만 김용철(50) 변호사가 삼성이 비자금으로 구매했다고 주장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은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복한>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후 경기 용인 삼성 에버랜드 인근 야산에 있는 삼성화재 시각장애인 안내견학교 부속 물품창고 6개 동과 삼성교통박물관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특검팀은 전날 모 언론이 삼성과 거래를 했던 미술품 중개인의 제보를 바탕으로 “에버랜드 뒤쪽 미술품 비밀창고에 수많은 국내외 고가 그림들이 보관돼 있다”고 보도하자, 즉각 이날 오전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 받아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날 압수수색은 “2002년에 그림 보관장소로 쓰였다”고 지목된 교통박물관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오후 3시50분께 박물관에 들어간 수사관 4,5명은 그림들을 발견하지 못한 채 20여분 만에 나왔다. 오후 4시께는 또 다른 수사관 5명이 안내견학교 부속 창고에 들어갔고, 이후 수사관 4명이 추가로 투입돼 압수수색은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창고에서 그림들이 무더기로 발견됨에 따라 특검팀은 이 그림들 중 김 변호사가 거론한 해외 고가 미술품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확인 작업을 벌였다.
특검팀 수사관들은 고가의 미술품들을 실제로 압수해도 보관할 길이 없어, 디지털카메라 촬영 등을 통해 일일이 목록을 만드느라 압수수색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관심이 집중됐던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 작품 <행복한 눈물> 은 발견되지 않았다. 행복한>
삼성 측은 “리움미술관 수장고 등은 장소가 협소해 고(故) 이병철 회장 때부터 수집한 골동품, 미술품 가운데 상당수를 용인으로 옮겨와 보관해왔다”며 “이날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미술품 분량이 많기는 하지만 김 변호사가 주장한 미술품은 없다”고 말했다.
또 “창고에 있는 미술품들도 모두 삼성문화재단 소유로 법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다”고 자신했다. 이 때문에 “특검팀 대 삼성의 압수수색 2차전도 삼성의 승리”라는 전망과 “미술품 분석을 다 끝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는 반론 등이 엇갈렸다.
삼성증권 사장 참고인 소환
한편 특검팀은 이날 배호원(59) 삼성증권 사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다. 배 사장은 1981년부터 삼성그룹 재무팀에서 일한 ‘재무통’이다. 삼성증권은 삼성 전ㆍ현직 임직원 150명의 차명계좌가 집중 개설돼 삼성의 ‘비자금 금고’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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