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내달 동시 취임 연세·고려大 총장 '同問異答' 인터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내달 동시 취임 연세·고려大 총장 '同問異答' 인터뷰

입력
2008.01.21 14:55
0 0

우리나라의 양대 명문 사학인 연세대와 고려대가 지난 주 각각 새 총장을 맞이했다. 2월1일 동시에 취임하는 연세대 김한중(60ㆍ의대 예방의학과) 신임 총장, 고려대 이기수(62ㆍ법학과) 신임 총장에게는 학교 안팎의 숱한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전임 총장이 편입 비리 의혹과 논문 표절 논란 등으로 낙마한 탓에 서둘러 학내 분위기를 수습해야 하고, 새 정부의‘자율화’정책으로 급변하는 교육 환경 변화에 대처하며 국제화 속 무한경쟁이라는 격랑을 헤쳐나가야 한다. 21일 만난 두 신임 총장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 두 사람의 비전과 철학 등을 비교해봤다.

_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새 정부의 '대학ㆍ교육 자율화' 정책 기조에 대한 입장은.

(이 총장) “교육 기조가 궁극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지금까지 대학들은‘교육부가 없어져야 교육이 산다’는 말을 종종 해 왔다. 교육부가 규제 일변도였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것이다. 예를 들어 정원 선발이나 입시요강 결정권 등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관 방침 등은 새 정부의 교육 정책이 바른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취임하면 입시 뿐만 아니라 교내에도 자율을 도입하겠다.”

(김 총장) “대통령 당선자의 의지는 분명 대학 자율화에 있고, 그래서 크게 환영한다. 하지만 행정부의 속성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하는 것이니 좀더 지켜봐야 한다.”

_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 금지라는 이른바 3불(不) 정책은 폐지돼야 하나. 3불 정책의 마지노선이라는 기여입학제를 어떻게 보나.

(김 총장) “입시가 자율화 돼도 기여입학제는 내 임기 중에 도입하지 않는다. 국민정서상 용납이 안될 것이다. 대신 고교등급제, 본고사 금지를 푸는 데는 동의한다. 고교등급제는 학생의 여러 자질을 보는데 있어 수능, 학생부 뿐만 아니라 중고교 기간 동안 인격을 형성한 학교의 교풍도 중요한 만큼 각 고교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고교 리스트를 서열화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대학에 들어와 공부하고 졸업한 학생들의 출신학교별 입학성적과 대학성적 등을 통해 어느 고교의 평가가 얼마나 믿을 만한지를 나타내는 학교별 특성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가산점을 주고 하는 그런 건 아니다.”

(이 총장) “기여입학은 사립대로서는 절실한 제도다. 시설, 장비 등에서 투자 규모가 큰 이공계나 의학 계열의 발전을 위해선 기부금을 받는 방법 밖에 없다. 다만 돈 내고 학교에 들어간다는 개념이 아니라 건물 기증 등 학교 발전을 위해 기여를 한 기부자의 2, 3세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후세대 기여입학이 필요하다.”

_대학입학처장들이 21일 수능 원점수 공개 의견을 냈다. 일부 대학은 수능 원점수가 공개되면 논술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 총장) “솔직히 입시에 대해선 아직 공부가 충분치 못하다. 기본 방침은 중ㆍ고교 교육 정상화를 가져오는 입시 정책을 만든다는 것이다. 입시 정책이 잘 만들어져 대입이 정상화해야 중ㆍ고교 교육도 정상화할 수 있다. 입시정책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2009학년도 입시에서부터 새 입시안을 반영하겠다.”

(김 총장) “입시가 갖는 파급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의견을 내려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보도로 봤을 뿐 아직 토론한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수능이 등급제로 바뀌면서 변별력 논란이 일고 그래서 논술이나 면접도 변형되니까…. 하나라도 변별력 있는 수단을 주면, 학생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것은 피할 수 있지 않겠는가.”

_대학 자체의 개혁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학내 개혁에 대한 복안은.

(김 총장) “최근 발표된 국가고객만족도를 보면 연세대가 225위다. 종합대학 중에서는 8위다. 행정서비스 개혁은 교수와 학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기관에 직무분석을 맡긴 뒤 사무구조와 직원배치 등을 하겠다. 교수들 사이에 ‘아침에 출근해서 밤에 퇴근하는데 공부 빼곤 다한다’는 말이 있다. 보직이 542개, 위원회가 180여개니 교육과 연구에 시간이 없고 행정부담이 과중하다. 위원회를 줄이고 보직도 슬림화할 것이다. 연구성과에 대해서는 연구업적에 따른 인센티브 적용 대상을 늘일 것이다.”

(이 총장) “국제화의 외연 확장도 중요하지만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내실을 기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우선 교수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부담을 덜기 위해 ‘연구 교수ㆍ강의 교수제’를 도입하겠다. ‘국제 공인 논문을 1년에 얼마 낸다’고 하면 강의를 안 해도 되지만 개인사정 등으로 연구 논문을 내기 어려운 교수들은 강의수를 늘리는 식이다. 각자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배하겠다. 각종 정책의 내실도 따져보겠다. 현재 전 강의의 40%에 육박하는 영어강의도 실태 보고를 받아 개선하겠다. 한 교수가 한 학기에 2개 영어강좌를 하는 것도 부담이고 학습효과도 기대만큼 향상되지 않는다.”

_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한 대책은

(이 총장) “법대 교수라 로스쿨을 얘기하겠다. 고려대도 다른 학교처럼 우수 교수 확보와 시설 확충이 급선무다. 로스쿨 전반에 대해서는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가 로스쿨 총정원과 대학별 정원을 1월말까지 확정하려 하는데, 당초 계획대로 다음 정부에서 조율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한 해에 3,000명 정도의 변호사가 배출돼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로스쿨 입학 정원이 연 3,600명은 돼야 한다.”

(김 총장) “의학전문대학원과 로스쿨은 다르다. 의대는 어떻든 졸업생의 90% 이상이 의사가 됐지만 법대는 졸업자 중에서 극소수만 사시에 합격해왔다. 의학전문대학원은 국가가 개입해 서두를 이유가 없다. 학교가 선택해서 자율적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 로스쿨은 올바른 정책이라고 본다. 로스쿨과 관련해 학교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한 만큼 정부 결정을 기다리면 되고, 또 될 것으로 본다.”

_등록금 부담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대학 재정에 대한 복안은.

(김 총장) “등록금을 경쟁대(고대) 수준으로 인상하는 게 아니라 조정하자는 것이다(웃음). 학교 재정을 견실하게 만들려면 경상수지 균형, 수익사업 활성화, 기부금 증가가 필요하다. 지금 연세대는 4년 연속 경상수지 적자다. 따져보니 학부 등록금은 경쟁대보다 185억원이 적고, 인건비는 155억원이 많았다. 교수 수가 많고 등록금은 적게 내는 것이다. 학생들이나 학부모에게는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지만, 미래를 놓고 보면 학교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은 없도록 하겠다. 기부금 모금은 지금까지 총장 부총장 등의 몫으로만 생각했는데 모금액의 일정 부분을 유치한 교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건물이나 단과대 등에 이름을 쓴다든지 하는 기부자에 대한 확실한 보상원칙도 세우겠다.”

(이 총장) “공약으로 4년간 5,000억원 기부금 모금을 내세웠다. 실은 더 자신 있는 데 너무 많이 약속하면 경쟁 후보들에게 욕 먹을까 봐 조심해서 산정한 액수다(웃음). 등록금 의존율을 현재 50%에서 35%로 낮추고, 장학금 수혜를 늘여 맘 놓고 공부하게 하려면 결국 기금 모금이 절실하다. 등록금 인상은 물가상승률 수준에 맞출 계획이다. 그 동안 기업체 교우 학부모가 주로 기부금을 냈는데 익명의 숨은 기부자를 발굴할 때다. 훌륭한 학생들을 배출하고, 다양한 기부 콘텐츠를 개발하고, 홍보하겠다. 해외모금 전략기획팀을 구성하고 2,000억원 규모의 ‘고려대 펀드’를 조성하겠다. 유명무실했던 ‘1교우 1학생 지원제’도 활성화 하겠다.”

_두 분 모두 총장 도전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간 대학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공약의 변화로 설명해본다면.

(이 총장) “삼수 끝에 당선돼 긴 터널을 지나온 기분이다. 2000년 이후 대학 행정에 효율과 성과가 중요해져 지금까지‘CEO형 총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번에는 ‘국제화’를 더했다. ‘GPS(Global positioning Supervisor) 총장’이다.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국제화 된 총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외국 학생을 끌어들이는 국제화(인바운드)에 힘썼다면, 앞으로는 미국 LA에 캠퍼스를 짓는 등 우리가 해외로 진출하는 국제화(아웃바운드)에 힘쓰겠다.”

(김 총장) “두 번째 도전에서 총장에 선임됐다. 4년 동안 큰 변화 있었다. 4년 전에도 우리는 이미 하향화의 길을 걷고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바닥을 쳤다고 생각한다. 최근 경쟁대에 비해 국민인식 수준이나 사회지배력 면에서 상당히 처졌다. 이번에 내건 슬로건이 ‘품위있는 개혁, 함께 풀어가겠습니다’이다. 개혁 피곤증이 있긴 하겠지만, 우리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에 개혁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_재임 기간 중 가장 역점을 두려고 하는 부분은.

(김 총장) “송도 캠퍼스의 성공적 마무리, 재정의 견실화, 교수와 직원 등 학내 개혁 3개 모두 소중하다. 그래도 꼽으라면 우수 교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이 총장) “최우선 목표는 학내 화합이다. 지난 5년 반 동안 총장 선거가 4번이나 있었다. 학내 파벌까진 아니지만, 마찰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구성원 상호간 간극을 좁히고 합심해서 나가야겠다. 출교 사태와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먼저 사과한 뒤 천막을 철거하면 학교와 교수는 스승된 입장에서 학생들을 흔쾌히 받아들일 것을 학생들에 제안했다. ‘2012년 세계 100위권 대학 진입’을 위해 효율성 있는 국제화와 국제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에 힘 쓰겠다.”

■ 김한중 총장은 학내 보직 두루 거친 CEO형… 농구부 전성기 이끌기도

김한중(60) 신임 연세대 총장은 보건정책 및 병원경영 전공자답게 "업무 추진력이 탁월한 최고경영자(CEO)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신임 총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부친이 서울의 개척교회 목사였고, 기독교 계열인 서울 대광중ㆍ고교를 나왔다. 현재 마포구 북아현동에 있는 아현중앙감리교회 장로다.

김 신임 총장의 원래 꿈은 사회과학도였다. 그러나 고2 때 슈바이처 박사의 죽음을 접한 뒤 인술(仁術)을 통한 봉사의 삶을 결심하고 68년 연세대 의대로 진학했다. 3학년 때 의대 학생회장을 맡아 학교 당국에 교육개혁을 요구할 만큼 당찬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보건대학원장, 행정대외부총장 등 학내 보직을 두루 거쳤는데, 특히 94년부터 3년간 농구부장을 맡아 이상민 서장훈 등 '스타 선수'들을 거느리고 연세대 농구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는 "지금도 졸업한 선수들이 스승의 날에 찾아오는 것은 큰 기쁨"이라고 말한다.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 한국대표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제네바 총회에 참석해 고(故) 이종욱 박사를 WHO 사무총장에 당선시킨 것도 김 신임 총장이 큰 보람으로 삼는 기억이다. 좌우명은 김 구 선생이 애송하던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라는 서산대사의 한시 구절이다.

■ 이기수 총장은 후배교수들에게 의협심 강한 '唐山大兄'으로 통해

이기수(62) 신임 고려대 총장은 학내외의 폭 넓은 인맥과 동료, 후배 교수들의 두터운 신임 때문에 '맏형' '당산대형(唐山大兄·이소룡이 출연한 영화 제목)'으로 불린다.

대학원 석ㆍ박사 과정을 함께 밟았던 최완진(한국외대 법대) 교수는 "영화배우 이소룡처럼 서민적이고 의협심이 강해 주위 사람들이 큰 형님처럼 따라 '당산대형'이라는 별명을 내가 지어줬다"며 "젊은 시절부터 총장 재목으로 꼽혀온 인재"라고 말했다. 박길준(연세대 법대) 교수도 2005년 이 신임 총장의 회갑 기념 논문집에서 '이기수는 학자다. 고대맨이다. 정력의 사나이다'라는 말로 그의 다부진 체격과 굵고 큰 목소리, 호탕한 성격을 묘사했다.

이 신임 총장은 학생들에게는 '화끈한 교수님'이다. 2005년 학부 수업을 하던 중 그가 "서초동 'S일식집'에서 내 이름을 달고 세꼬시를 마음껏 먹으라"고 말해 학생들이 타 대학 친구들과 공짜 저녁 식사를 즐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의 가정은 유명한 '고대 가족'이다. 아들은 법대, 딸과 사위는 독문과 선후배 출신이며, 며느리는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다. 서울대를 나온 아내(조효임 서울교대 교수)까지 고대 가족으로 만들기 위해 언론대학원 최고위과정에 등록하도록 했을 정도다.

1945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독일 튀빙겐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좌우명은 '신의성실' 이다.

정리= 김정우기자 wookim@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