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21일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며 1,700선이 붕괴, 작년 8월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미국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뉴욕증시가 하락한 여파로 이날 아시아 각국 증시도 일제히 급락, 글로벌 증시가 ‘패닉’상태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특히 중국과 홍콩 증시는 5% 이상 폭락하며 공황심리를 부추겼다.
혹시나 하는 반등 기대감이 투매심리로 바뀐 하루였다. 멈출 줄 모르는 외국인들의 ‘팔자’세에 그 동안 소극적이나마 매수세를 보였던 투신권까지 매도에 나서면서 코스피는 지난 주말보다 무려 51.16포인트(2.95%) 떨어진 1,683.56에 마감됐다. 이는 올들어 가장 큰 하락폭이자 하락률이며 지난해 8월17일(1,638.0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코스닥지수도 덩달아 14.45(2.17%) 내린 651.87로 장을 마쳤다. 올들어 주가가 200포인트 넘게 빠지는 사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시가총액도 1,051조원대에서 939조원대로 무려 112조원 이상 날아갔다.
이날 급락은 지난주 ‘나올 만큼 나왔다’던 악재가 지나갔음에도, 당분간 기대할만한 호재 역시 없다는 심리의 반영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주말 미 부시 행정부가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음에도 당장 시장의 반응이 싸늘했다는 점이, 이달 말로 예정된 금리인하의 효과마저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4,000억원 가까이를 내다 팔아 올들어서만 6조원 가까이 순매도 공세를 이어갔고 투신권마저 매도에 동참, 건설, 보험, 화학 등 업종 중심으로 낙폭을 키웠다.
아시아 증시 역시 수출주와 금융주 위주로 된서리를 맞았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535.35포인트(3.86%) 내린 13,325.94로 마감됐고 인도 센섹스지수(-3.81%), 싱가포르 증시(-3.34%), 베트남지수(-1.55%), 대만 가권지수(0.91%) 등도 동반 하락했다.
특히 미국 경제침체를 보완할 유일한 성장세력으로 여겨지는 중국 증시마저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낙폭인 5% 이상 급락하며 충격을 줬다. BNP파리바가 중국은행이 작년 4분기에 해외 채권 손실로 24억달러를 추가 상각해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자, 은행주들이 급락하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5,000선 아래로,홍콩 H지수는 7% 가까이 빠졌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분석부장은 “미국 기업실적 발표과정 등에서 한두 차례 더 변동성이 커질 수 있겠지만 미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월말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 등이 가닥이 잡히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 만큼 지수 1,700선 붕괴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이달 말이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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