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현재 일본, 이집트, 이란, 인도, 대만, 브라질 등이 부분적으로 여성전용칸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전용칸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일본이다. 1912년 주오(中央)선 열차를 타고 다니는 여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하나덴샤(花電車)’라는 여성전용칸을 만들었다. 이후 게이한(京阪)전철이 1954년 여고생 전용칸을 만들었고, 게이오(京王)전철은 취객들의 횡포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2000년 여성전용칸을 만들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도입 초기 일본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여성은 성추행 공포로부터, 남성은 성추행범으로 오인될 수 있는 소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었다. 20, 30대 여성 승객 3명 중 2명이 전철 내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답했을 정도로 심각했던 당시 일본의 성범죄 상황도 여성전용칸 도입에 큰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여성전용칸이 생기면서 승객들이 일반칸으로 몰리는 바람에 여성전용칸과 일반칸의 승객수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에 불가피하게 일반칸에 탄 여성들은 그 전보다 범죄의 대상이 될 위험이 더 커지는 또다른 불편을 야기했다.
재일교포 3세로 현재 한국 기업에서 근무 중인 하국대(30)씨는 “출근 시간대 혼잡한 일반칸에서는 옆에 서있는 여성들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고 남성들이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며 “그래도 일반칸에서는 여전히 성추행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브라질 등도 일본처럼 지하철에 여성전용칸을 도입한 후 전용칸 내에서는 성추행이 사라졌지만, 일반칸에서는 여전히 성추행이 줄어들지 않고 있어 여성전용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민승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