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여고생들은 사진 찍는 것을 무슨 영어단어 외우듯 열심히 했는데, 유독 한 아이만은 그것을 거부했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사색이 되어 고개를 돌리거나,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내가 그 학교를 떠날 때, 아이들과 기념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그때도 그 아이는 끝끝내 사진 찍는 것을 거부했다.
내가 좀 서운한 표정을 짓자, 그 아이의 절친한 친구가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이해하세요, 선생님. 쟤 나중에 탤런트 한다고 저러는 거예요. 졸업하면 바로 성형한대요. 한데, 지금 사진 찍으면 흔적이 남잖아요. 인터넷 같은데 막 올리면 괴롭잖아요.
바로 며칠 전, 인터넷을 들어가보니, 이제 막 데뷔한 여자가수가 중고등학교 시절, 술 먹고 담배를 피우면서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그 여자가수가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있다는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이제는 술 담배 모두 끊고,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이 진화될수록, 우리의 모든 과거는 점점 이미지화되는 것 같다. 이미지 속에, 다른 나머지들은 모두 묻혀 버리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 여자가수의 술 먹고 담배 피우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아마도 절친한 친구였겠지)은,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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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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