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처럼 간판이 난립하거나 러브호텔, 아파트 등이 우후죽순 들어선 곳이 없다." "상상이 현실로 다가온 두바이, 전통(푸서)과 현대(푸동)가 만나는 상하이, 오페라하우스로 대변되는 시드니처럼 서울과 대한민국의 디자인도 쇄신돼야 한다."
차기 정부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디자인을 통한 국가 이미지(Korea Branding) 업그레이드 작업에 나섰다.
인수위는 21일 도심 내 아파트, 상가, 빌딩의 디자인과 간판, 도로 등 도심 전반의 미관을 개선하고, 여기에 공공 디자인의 개념을 대폭 강화하는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외국을 보면 가로수 높이도 제한하고, 포장도로ㆍ간판ㆍ벽 색깔까지 조화롭게 한다. 프랑스는 주택 지붕 색깔도 통일시킨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인수위 맹형규 기획조정분과 간사는 '조화와 균형이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제시했다.
실제 서울에서 멀지 않은 중국 상하이(上海)만 가봐도 고유의 멋을 간직한 마천루와 그 사이에 독특한 개성을 지닌 작은 건물들이 조화롭게 서 있는 모습을 쉽사리 볼 수 있다. 서울시가 이미 '성냥갑 아파트' 금지령을 내린 가운데, 이런 바람을 대한민국 전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이를 위해 올해 출범하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산하에 건축도시디자인분과를 설치하고, 지방자치단체에는 디자인통합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지역별 특색을 갖춘 미관 관리를 유도할 방침이다.
사실 이 같은 디자인 강화 개념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추진했던 '종로업그레이드' 프로젝트와 맥을 같이한다. 이 당선인은 종로일대 간판의 글자체와 규격을 개성 있게 통일시키는 시범작업을 2년간 실시해 호평을 받았다.
인수위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건축기본법에 건축도시 디자인 기준을 설정하는 동시에 시범사업을 지정하고, 지원도 확대키로 했다. 서울시 홍보기획관 출신인 강승규 인수위 부대변인은 "당시 종로구 일대의 간판 정비를 통해 거리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현재 추진 중인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의 개념을 넓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세기 서울이 먹고 살 것은 디자인"이라며 디자인에 승부수를 던졌다. 전ㆍ현직 서울시장이 동시에 디자인 신바람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인수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 프로젝트의 영역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신도시와 혁신도시는 물론, 한반도 대운하, 새만금 사업, 과학비지니스벨트 등 새 정부의 주요 국책사업에 디자인조정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김도년 성균관대 교수(건축학과)는 "종로업그레이드는 기존의 미관 개선사업에 '디자인'과 '경제' 개념을 도입한 첫 사례"라며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사업인 만큼, 일관적인 사업 추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문준모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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