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군인 권력자들은 무수한 금지곡을 양산했다. 가령 한대수의 ‘바람과 나’ 같은 곡은 허무와 퇴폐감을 자아낸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묶였다.
‘수출 100억 달러, 국민소득 1,000달러 달성’ 같은 비전으로 국민을 이끌고 가겠다는 독재권력의 입장에서는 “하늘 위로 구름따라 무목(목적 없는)여행하는” 같은 가사는 모든 꿈을 희화화하고 속된말로 ‘김새게’ 만드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권력과 노래(예술)의 불화는 얼마나 오래된 것일까?
<욕망하는 한자> <한자는 어떻게 중국을 지배했는가> 등의 저서를 통해 문화와 이데올로기의 관계에 대해 끈질기게 천착했던 김근(56ㆍ중국문화전공ㆍ사진) 서강대 교수가 이번에는 중국 한시사 속에서 노래를 통제하려 했던 음험한 권력의 역사를 찾아간다. 3부작으로 기획된 <한시의 비밀> (소나무 발행) 첫권 ‘시경과 초사편’이 그 책이다. 한시의> 한자는> 욕망하는>
시경이 각 지방의 민요를 채록한 시선집임에서 알 수 있듯 한시의 원형은 노래였다. “중국의 시사는 정치 투쟁의 역사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김 교수는 “통치자들은 디오니소스적인 노래를 순화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 광기를 정신분석학자 지젝의 ‘삶의 과잉’이라는 개념에 빗댄 김 교수는 “현재의 삶은 고통스럽지만 고통스러운 현재를 견디게 하는 것은 바로 그 ‘삶의 과잉’ 덕택”이라고 말했다. 삶의 과잉은 쉽게 말하면 감수성과 같은 것으로 우리가 노래와 음악을 듣고 감동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카오스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권력자들은 생래적으로 이를 불온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중국 한대의 권력자들이 시가 내포한 디오니소스적인 광기를 억제시키기 위해 사용한 것은 훈고였다. 훈고란 언어의 음악성보다는 문자적 의미에 관심을 갖고 시를 예나 의 같은 지배 이데올로기로 해석하는 방법이었다. 책은 시경과 초사 이래 중국 권력자들이 시에서 어떻게 음악성을 거세했으며 어떻게 이를 통치 이데올로기의 수단으로 이용했는지를 차근차근 짚어가고 있다.
중국 권력자들의 ‘문화통치사’를 써내려가면서 그가 깨달은 것은 ‘대중들의 감수성 회복의 중요성’이다. 이는 현재 우리에게도 유효한 과제다. 개성이 살아야 ‘권력의 청사진’에 속지 않기 때문이다. 개성은 감수성 없이는 발현되지 않는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권력의 청사진이란 시장권력의 상업주의가 대표적이다. “가령 댄스음악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포크도 듣고 재즈도 듣고 클래식을 들으면서 댄스음악도 들어야지 요즘처럼 대중들을 댄스음악에 경사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시장권력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감수성이 거세된 중국인들보다는 우리가 감성적인 면에서 권력에 대해 덜 순치 돼있다는 점. 중국인들이 한류에 열광할 수 있는 이유도 그래서다. “오늘날에는 모든 권력이 대중들을 공통감각으로 환원시키려고 합니다. 그것에 대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감성훈련을 시키는 것이 시입니다. ” 김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사진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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