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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앞 엎어지는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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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앞 엎어지는 경제정책

입력
2008.01.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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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든 공약의 잣대는 ‘표(票)’였다.

금융계의 오랜 현안인 4단계 방카슈랑스(4월부터 종신ㆍ자동차보험 등의 은행 창구 판매)의 필요성과 부작용 논쟁은 무의미했다. 보험사나 은행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는 것이 총선에서 표를 더 얻는데 도움이 되는 지가 유일한 판단 기준일 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은행에서 보험을 팔지 않아도 은행원 생계에 지장이 없지만 방카슈랑스가 확대 시행되면 30만명 보험 설계사들과 가족들의 생계가 위태로울 수 있다”며 “절박한 편에 서는 것이 표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의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4월 총선의 표심잡기에 매달려 휘둘리고 있다. 4년마다 되풀이 되는 고질적 관행이지만, 올해는 정도가 더 심각하다. 새 정부 출범과 맞물리면서 당과 정, 그리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경쟁적으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악역을 자처하지 않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총선 지상주의에 밀려 혼선을 빚는 정책으론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여부가 대표적이다. 숱한 논쟁에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정치권이 총선이 다가 오면서 급작스럽게 시행 중단으로 급선회했다. 한나라당은 은행에서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는 4단계 방카슈랑스의 시행 중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역시 30만명 보험 설계사 편에 서 있는 분위기다. 은행장들이 21일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개입을 우려한다”며 “정책의 일관성과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서는 4단계 방카슈랑스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는 내용의 긴급 성명서를 냈다. 하지만 정치권의 표심구애에 밀려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이 여세를 몰아 ‘일시 중단’이 아닌 ‘시행 무산’으로 몰아갈 태세다.

총선용 감세(減稅) 정책도 쏟아지고 있다. 한 달 뒤부터 나라 살림을 맡아야 할 인수위는 그나마 세수 감소 등 현실적인 고민이 적지 않은 듯하지만, 정치권은 당장 표를 얻는 것 외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에 여야가 따로 없다. 당초 인수위는 “1년 정도 시장 상황을 본 뒤 감면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공세에 밀리면서 2월 임시국회 통과가 거의 확실시된다. 현재 15년 이상 보유 시 45% 경감되는 장기보유 특별공제폭이 20년 이상 보유 시 최대 80%로 확대될 전망이다. 신당은 한술 더 떠서 6억원 이하 1가구1주택자 양도세 면제 요건 중 ‘2년 이상 거주’ 요건을 삭제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이밖에 ▦ 취ㆍ등록세 등 주택 거래세 1%포인트 인하 ▦탄력세율 확대(17%→30%)를 통한 유류세 10% 인하 등도 정치권과 인수위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서로 제 것인양 쏟아내며 조기 추진에 탄력을 받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당장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쏟아낼 경우 새 정부가 재정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며 “정책 시행에 따른 부작용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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