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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느냐… 살아남느냐… 통폐합 부처 공무원들 진로 놓고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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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느냐… 살아남느냐… 통폐합 부처 공무원들 진로 놓고 고민

입력
2008.01.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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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곳은 있는데 손을 잘못 들었다가는 앉아 있던 자리마저 없어질 판이니 일단 가만히 있으렵니다."

부처 통폐합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는 과천 정부부처의 한 국장급 간부는 담장 위를 걷는 것 같다고 했다. 자칫 발을 잘못 딛으면 앞날이 막막해질 상황이다. 업무 이관에 따라 다른 조직에 갈 것인지, 과거 업무를 강조하며 기존 조직에 남을 것인지 주판알을 튀겨야 하는 탓에 공무원들의 진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기획예산처와 통합되는 재정경제부는 대신 금융업무를 신설 금융위원회에 넘기게 된다. 금융 업무를 다뤄봤던 재경부 간부라면 금융위원회로 가는 게 나을 수도 있지만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한 선뜻 나서기는 부담스럽다.

농수산식품부와 국토해양부로 부처가 쪼개질 위기에 있는 해양수산부의 경우도 마찬가지. 전문 분야가 애매한 간부들은 지인들을 통해 다 부처 조직 분위기 등을 파악하며 어느 부처로 옮기는 것이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계 업무를 통계청에 넘기게 될 농림부에서도 이런 고민을 하는 직원들이 상당수다.

손을 들어 다른 조직으로 옮기지 않는다고 해도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통폐합 부처에 똑같은 조직이 있는 정책홍보관리실이나, 총무 인사 등 부서는 고유 업무가 아닌 관계로 자리는 하나 밖에 남지 않는다. '둘 중 누가 살아남느냐'의 처절한 자리다툼이 불가피하다.

그나마 내부에서 동향을 충분히 파악하면서 고민하는 쪽은 나은 편. 해외유학이나 연수, 파견 등으로 본부에서 떨어져 있는 공무원들의 불안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한 경제부처에 근부하는 간부는 최근 다른 부처에 근무하다가 해외에 파견나가 있는 오랜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두 부처는 통합 대상이다. 파견 중인 친구은 "나 어떻게 해야 되나. 제발 자르지만 말아달라"고 하소연을 했고, 국내에 근무하는 간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떻게든 들어와라. 그래야 산다"고 대답했다.

통폐합 후 잉여인력이 많아지면 인사 적체가 심각해진다는 판단이다. 이 간부는 "솔직히 지금 해외나 다른 곳에 나가 있는 친구들이 들어올 때 쯤이면 자리 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파견자들 역시 파견을 마치고 돌아오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우려가 크다.

재경부 관계자는 "1994년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됐을 때에도 외부에 파견 나가 있던 인력들은 본부진입에 몇 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보직을 받지 못한 이른바 '인공위성'의 양산이 불가피하고 이들은 결국 '정리'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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