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 해치지 말아야"유엔인권판무관 항의서한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바꾸겠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나라 안팎에서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인수위는 20일 “독립적 업무 수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인권위의 위상 변경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루이즈 아버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HR)이 19일 인수위에 편지를 보내 인권위의 독립성을 해치는 방향의 조직 개편을 재고해 줄 것을 촉구했고, 국제엠네스티에서도 조만간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 판무관은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전환하면 인권위의 국제적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국내 지위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권위는 아시아ㆍ태평양 국가인권기구포럼의 중요한 회원 기구이자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의 부의장 기구로서 적극 활동하고 있다”며 “인권위가 국내적, 지역적, 세계적 수준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내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장애인단체총연맹은 “1993년 유엔총회가 채택한 파리원칙에서 ‘국가인권기구가 국가 권력의 남용을 견제할 수 있으려면 모든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해 설치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며 “인권위가 새 정부의 권력 통제 아래에 있다면 장애인 등 소외 계층의 인권을 보호하는 보루가 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박형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원은 “인권위의 독립성은 소속상의 독립이 아닌 업무 수행상 독립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현행 헌법 체계에서 입법 행정 사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애매한 위치를 조정하기 위함이며,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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