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은 19일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와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비선거를 함께 치른 이후에도 뚜렷한 선두 주자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네바다 코커스에서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압승을 거뒀고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비선거에서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는 등 승리를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의 경선 결과를 놓고 보면 매케인 의원, 롬니 전 지사가 다소 앞서 가지만 허커비 전 지사를 포함 3명의 주자가 모두 2월5일 ‘슈퍼화요일’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다 29일 치러질 플로리다 예비선거에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반전에 성공할 경우 공화당 경선 구도는 4파전으로 더욱 복잡해진 양상 속에서 슈퍼화요일을 맞게 될 것이다.
매케인 의원이 미 남부 지역 중 처음으로 경선을 치른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허커비 전 주지사를 이긴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남부에서 매케인 의원이 첫 승리를 신고한 것이어서 여타 남부 지역 주들에 파급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1980년 이후 공화당 후보 지명자는 예외 없이 모두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승리했다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
매케인 의원은 뉴햄프셔 예비선거 승리 이후 전국적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도 선두로 나서 있기 때문에 줄리아니 전 시장이 온갖 정성을 쏟고 있는 플로리다 예비선거에서도 밀리지 않는 선거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비선거에서처럼 공화당의 핵심 세력인 보수층이 공화당내 ‘독불장군’으로 정적도 적지 않은 매케인 의원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추세가 강해지면 매케인 의원은 슈퍼화요일을 앞두고 매우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된다.
매케인 의원이 복음주의자 등 기독교 세력이 강한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필승을 노린 허커비 전 지사를 꺾은 것도 예사롭지 않다. 매케인 의원은 출구 조사결과 기독교 세력의 지지에서는 허커비 전 지사에게 뒤졌으나 그 밖에 군인, 참전 용사 등 핵심 보수세력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때문에 아이오와 코커스에서의 돌풍 이후 승수 추가에 노심 초사해온 허커비 전 지사는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종교 세력 외에 ‘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점이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비선거에서 확인된 셈이다.
롬니 전 주지사의 네바다 코커스 압승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매케인 의원, 허커비 전 주지사 등 다른 주자들이 대부분 네바다 코커스 보다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비선거에 초점을 맞췄고 롬니 전 지사만이 네바다에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네바다 코커스에 참여한 유권자 중 26% 이상이 몰몬교도였고 이들이 대부분 같은 몰몬교도인 롬니 전 지사를 지지한 것이 압승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미 언론들이 롬니 전 주지사의 네바다 코커스 승리에 비해 매케인 의원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비선거 승리의 파괴력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