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 청소년 문학상’ 12월 시 장원에 양귀헌 군의 <못> 이 뽑혔다. 이야기글 부문에는 조세연 양의 <고양이의 생존법> , 비평ㆍ감상글에는 박준태(부산 동래고)군의 <임상수의 ‘바람난 가족’과 봉준호의 ‘괴물’을 통해 볼 수 있는 가족을 뛰어넘은 가족> , 생활글에는 김은휼(울산 한빛군)군의 <내 나이는 4일입니다> 가 각각 장원으로 선정됐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www.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내> 임상수의> 고양이의> 못>
못
양귀헌 (필명 양귀)
이사를 하고 못을 벽에 옮겨 심는다
허공에 적을 내리고 있던 뿌리가
일순간 동화 속 콩나무처럼 잎을 틔우고
눈 깜짝할 새 수많은 가지들이
어머니 기지개처럼 방 안을 뻗어간다
옹이에 걸린 오래 된 꽃다발에서
바싹 마른 파편들이 하나 둘 떨어지자 마자
낙화를 바라보던 사공의 눈에서
싱싱해진 연분홍 꽃잎 뒤로
우람한 산맥이 연달아 들썩이며
넝쿨처럼 숫한 거리로 제 어깨를
이어 보낸다, 그 물관의 한 갈래
낑낑대며 짐을 나르는 내가
겹쳐져 솟아나는 사이 우듬지 끝
벌써 빽빽이 자란 거울 속 풍경에선
어머니 쌀을 씻는 모습이 피어난다
올해로 중학생이 된 동생이
아기새 소리처럼 덜 여문 노래를 부르며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그 손가락에서 함께 딸려 온 햇빛이
바닥에 살갑게 내려앉는다
방금 전까지 썰렁하던 방 안으로
달콤한 밥 냄새가 주렁주렁 열린다
▦심사평
양귀의 <못> 은 일상생활 속에서 시적인 것을 찾아내는 과정의 섬세함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새 집으로 이사를 하여 처음 못을 박을 때의 느낌이 자연스럽게 가정의 일상생활 속으로 스며 들어오는 인식의 전환이 인상적입니다. 벽에 심은 못이 콩나무처럼 잎을 틔우고 어머니의 기지개처럼 수많은 가지를 뻗쳐 달콤한 밥을 만들어내는 직조력이 시의 매력을 한층 더해주고 있습니다. 못>
김경주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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