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 담쌓은 우리애… 아빠가 함께 읽어주니 책벌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 담쌓은 우리애… 아빠가 함께 읽어주니 책벌레!

입력
2008.01.21 05:15
0 0

올해 둘째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회사원 A씨. 며칠 전 육아 문제로 아내와 입씨름을 하다 덜컥 아이의 독서를 책임지기로 했다. 아이의 친구들과 팀을 짜서 유명 학습지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철학교육을 시키겠다는 아내에게 “책읽기까지 꼭 공부처럼 시켜야 하느냐”고 역정을 낸 것이 발단.

“책을 많이 읽은 아이가 성적도 잘 나오고 사회성도 좋다는 건 다들 공감하잖아요. 다만, 아이가 독서의 즐거움을 스스로 발견하기도 전에 논술공부하듯 책을 읽게 만들기는 싫어요. 아빠가 책을 읽어주면 두뇌개발도 더 잘 된다는 데 이참에 아이와 친해지는 계기로 만들어 보려고요.”

자녀교육에 적극적인 아빠들 사이에 ‘독서지도는 내가 직접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꽤 많다. 영어나 수학 등 연필 쥐고 책상에 앉아서 하는 공부에 비해 덜 형식적이면서 아이들과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 그러나 바쁜 직장생활에 휘둘리다 보면 작심삼일, 가족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기 십상이다. 최근 실용육아서적 <아빠가 하면 더 좋은 우리 아이 책읽기와 글쓰기> (대교베텔스만 발행)를 펴낸 장재선씨는 “꼭 책이어야 한다는 강박 대신 ‘아빠 어렸을 적에…’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 ‘독서지도’라고 생각하고는 책 고르기에서부터 어떤 교훈을 줘야 할까 고민하는 등등 혼자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하려면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매력을 느끼게 해줘야 하는데 그 가장 쉬운 방법이 아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각색해 들려주는 것이에요.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 만큼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당기는 것도 드물거든요.”

장씨 역시 첫 아이가 9세, 둘째가 6세 되던 해 책읽기를 처음 함께 하면서 ‘아빠 어렸을 적에…’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불을 끄고 아이의 침대에 함께 누워 어린시절 좋아했던 옆집 여자아이 이야기, 연쇄점에서 호두과자를 훔쳤다 아버지에게 크게 혼난 사건, 위험한 냇가에 가지 말라던 아버지의 말씀을 어겼다가 들켜서 매를 맞았던 일 등을 들려줬다. 아이들이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 동화책을 즐겨 읽게 된 것은 물론 자신들의 생활도 이야기로 꾸며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어린시절의 온갖 추억들을 끄집어 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도 갖게 된 것은 부수적인 즐거움. 무엇보다 아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아빠가 자신들과 다른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이 큰 성과였다.

아이가 이야기에 익숙해지고 본격적으로 책을 찾기 시작하면 연령대에 맞춰 책을 구입해 준다. 전집류보다는 단행본 위주로 사는 것이 기본. 유아기(3~5세)는 옛날 언어와 문자에 대한 호기심이 나타나는 시기로 초현실적 설화나 전래동화,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이 들어간 동화를 함께 읽는다. 유년기(6,7세)는 상상력이 최고조에 이르고 행동규범을 수용하는 시기이므로 환상 동화나 우화를 많이 읽게 해준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면 현실감각이 싹트고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활 주변에 관심을 가지므로 생활동화나 위인동화, 모험을 다룬 이야기를 좋아한다.

독서의 편식 경향이 나타나는 시기이므로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초등학교 고학년기에는 논리적 사고력이 생기고 지적 호기심이 왕성해지며 남녀의 독서 경향 차이가 나타난다. 역사 과학 모험 성장 이야기 등을 고루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들이 아이의 독서 습관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걱정하는 만화책에 대해서도 장씨는 전략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엄마가 질색하는 만화책을 아빠가 사주면서 아이와의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반대급부로 더 자발적인 독서를 격려하는 둘만의 약속을 만들기도 좋기 때문이다.

대신 장씨는 “만화 학습동화는 과학이나 역사 등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분야로 한정하되 내용의 충실도를 꼼꼼히 살펴야 하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해 독서할 수 있도록 점차 만화를 떼어주라”고 권했다.

“대부분의 아빠들이 직장생활로 ‘바쁘다 바뻐’를 외치고 살지만 아이를 위해 일주일에 두세번, 10~30분씩 책읽기 시간을 못 낼 정도는 아니지요. 지금이라도 아빠 시계에 아이와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평소 엄하고 권위적이던 아빠가 자신의 독서활동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느끼기만 해도 아이는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대단한 성취감을 얻게 된답니다.”

■ 아이의 책읽기를 위해 아빠가 꼭 기억해야 할 것

1. 초등학교 입학 이후 더 많이 읽어주세요

부모들은 흔히 5,6세까지는 책을 읽어주다가 7세 이후 아이가 畸邦?익히고 나면 책 읽어주기를 그친다. 그러나 아이들은 유아기보다는 초등학교 때 읽은 책들을 더 많이, 오래 기억한다.

2. 영어 동화나 영어 만화는 아빠가 아이와 함께 읽어요

영어 부분은 아빠가, 우리말 부분은 아이가 읽는다. 거부감 없이 아이의 성취감과 집중도를 배가시킬 수 있는 방법. 부정확한 발음이라도 네이티브 스피커의 녹음된 목소리보다 아빠의 목소리가 훨씬 교육효과가 높다.

3. 서점과 도서관으로 가족 소풍을 가요

서점과 도서관으로 아이와 함께 놀러가면 독서가 '공부'가 아니라 '즐거운 소풍'이 된다. 특히 도서관은 책을 고르는 안목을 키울 뿐 아니라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법도 체득하는 기회. 도서관에 드나드는 습관은 아이에게 평생 학습의 큰 자산이 된다.

4. 독후활동은 스스로 하게 해요

어른들은 아이가 책을 통해 교훈과 지식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독후감을 강요한다는 인상을 받으면 아이들은 책읽기를 부담스러워 한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