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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신은 위대하지 않다

입력
2008.01.2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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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ㆍ김승욱 옮김알마 발행ㆍ440쪽ㆍ2만5,000원

“신은 본질적으로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다. 인간은 신을 받드는 이상 평화와 행복을 찾을 수 없으며, 신은 자기 모순의 결과로 붕괴할 수밖에 없다. 지구상의 모든 기성 종교가 피를 바치며 쌓아 온 가치와 관행들이 일대 위기에 봉착했다. 신과 종교에는 장엄한 파산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종교는 반생명적이며, 종교의 형이상학적 주장은 거짓이라는 비판이다. 책이 쏟아 붓는 포화는 특정 종교에 국한돼 있지 않다. 기독교의 신ㆍ구약은 사악한 악몽이며, 바로 거기서 코란이 배태됐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서 동방의 종교에 눈을 돌려 봤자, 이미 세속의 가치에 물들어 있다는 것이다. 책은 “종교는 그냥 무도덕의 수준을 벗어나, 완전히 부도덕하다”고 주장한다.

그 동안 종교의 이름으로 저질러 온 모든 악과 미망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계몽주의 운동이 필요하다며 책은 결론 내린다. 더 이상 신에 의지하지 말고, ‘인류의 모델은 바로 인간 그 자체’라는 근본적 각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책은 여러 신을 깊이 있게 섭렵한 저자의 독특한 경험에서 나온 산물이다. 성공회 신자였던 그는 감리교 계열의 학교에 다녔으나, 결혼 때문에 그리스정교로 개종했으나 인도의 신 사이바바를 믿는 자들로부터 전생을 인정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재혼할 때는 랍비의 입을 빌었다.

동서고금의 종교를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 품격과 유머를 고루 갖춘 문장 덕에 책은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발간된 지 9개월째이지만 뉴욕타임스 등의 베스트셀러 집계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데는 그 같은 이유가 크다.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전쟁ㆍ반인륜 범죄자로 기소한 단행본 ‘키신저 재판’의 저자로도 유명한 그는 영미 언론이 선정한 100대 지식인 반열에 들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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