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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도망가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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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도망가는 산

입력
2008.01.21 05:15
0 0

- 이재무

사람들이 무서워

산은 마을 빠져나와 절뚝절뚝,

온갖 질병 앓는 몸으로 도망가네

담장이 무릎 아래 잔풀 품어 키우듯

으스러지게 마을 끌어안고

억척스럽게 온정 피워내더니

허리 깊숙이까지 들어오는

독 오른 욕망의 삽날 무서워

품속 가득 껴안은 것들,

나무와 새와 벌레와 해충과 독버섯과 쥐와

뱀과 바람과 어둠과 구름과 별과 달과 해

한때의 푸른 추억 풀어 먼저 챙겨 보내고

그렁그렁, 눈에 밟히는 듯 거듭

되돌아보며 쩔뚝쩔뚝 유배의 먼 길 가네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계간 <시작> 편집주간 ▦1983년 <삶의문학> 통해 등단 ▦시집 <위대한 식사> <푸른 고집> <저녁 6시> 등

<저작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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