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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함께 사는 법치사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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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함께 사는 법치사회를

입력
2008.01.2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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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현장에서 구체적인 법의 실현과정을 매일 목격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 동안 노사분규현장은 제일 법이 찌그러들던 곳이었다. 기업가와 얼굴을 마주 대하던 근로자들은 그래도 서로 정이 흘렀다. 타협도 가능했다. 그러나 정작 무서운 건 상부에서 내려왔다는 직업적 노동가였다.

■ 직업노동가의 법 뭉개기 행패

섬유 의료 금속등 여러 기업현장에서 그들의 행태를 봤다. 일정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들은 조폭같이 기업인의 방으로 우르르 몰려가 쌍욕과 협박으로 기부터 죽였다. 일터에 확성기가 설치되고 찢어지는 혁명가 같은 노래 속에서 어느새 사업장은 그들에게 점령됐다.

직장 내에서 빽으로 취직된 사람, 수금한 돈 횡령한 사람, 나태한 사람 등이 가세하는 걸 봤다. 현장에서 만났던 한 직업노동가는 남로당의 박헌영 동지를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사회주의 이론서적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은 저질의 얼치기 혁명가였다. 증오만 들끓는 또 다른 권력에 굶주린 늑대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들은 무서운 회오리바람이었다. 그 회오리가 지나간 자리에는 기업의욕도 일자리도 산산조각이 났다. 교사 출신의 정수기회사 사장님은 근로자를 제자같이 사랑하고 최고의 보수를 줬는데 왜 이렇게 당해야 하느냐면서 물러났다. 순진한 병원장도 그랬고 의류회사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직업운동가의 범죄행위를 고소하면 열 배의 보복이 뒤따랐다. 그 직업노동가는 자기는 천 건의 고소경험이 있다고 실적을 자랑했다. 맞불작전으로 그 열 배의 고소를 하면 수사기관은 손을 든다는 전략이었다.

그런 행태는 법정에서도 비슷했다. 판결은 연기되고 결국 기업가가 백기를 들어야 끝이 났다. 근로자는 선이고 나머지는 악이라는 이분법과 감상적 동정 속에서 마녀재판이 되어 버렸다.

한 변호사가 법정에서 직업노동운동가에게 항변하는 걸 봤다. 당신네 혁명이 성공하면 마음대로 하라고. 그렇지만 여기는 아직 민주주의 법정이 아니냐고. 법의 둑이 금간 자리에 저질 고소장들이 해일같이 몰려들었다.

한 교도소 의무과장의 하소연을 들었다. 개업의로 성공한 크리스찬인 그는 만년에 봉사를 위해 교도소 의무관을 자청했다. 그가 한 일은 하루 종일 가짜환자를 돌려보내는 일이라고 했다.

진짜 아픈 사람은 오고 싶어도 못 오고 병실은 가짜들만 우글거리더라는 것이다. 그는 의무관 육개월에 백건이 넘게 고소를 당했다고 했다.

다른 교도소로 이감을 간 후 가짜 환자들이 앙심을 품고 꼭 보복으로 고소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의료행위보다 검찰청 철의자에 앉아 서기의 차디찬 눈빛을 보는 게 더 모멸감이 들었다고 실토했다.

그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파괴에 맛들인 고소의 해일은 분야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점차 깊숙이 들어와 어떤 것이든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고 있다. 그래도 관료들은 낫다.

힘없는 선량한 국민들은 악의적인 고소 속에서 속수무책이다. 노숙자를 돌보는 한 목사가 수시로 고소를 당하고 있었다. 한 노숙자는 법정에 나와 지금이라도 돈만 보태주면 고소를 취소하겠다고 했다. 빈곤은 최고의 무기고 법은 질 나쁜 사람들의 공갈도구로 변했다.

플래카드가 펄럭이는 수많은 시위들을 보면 문화혁명 당시 중국 홍위병의 붉은 깃발 같다는 생각이다. 한 중국인은 그게 중국을 삼십년 후퇴시켰고 그 틈새에 당신네 한국이 경제강국이 된 게 아니냐고 말했다.

■ 새 정부선 법부터 바로 세워야

이제 새로운 정권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자기 욕심에 맞지 않으면 그런 법 소용없다면서 응석부리는 세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아무리 경제성장률을 올려도 욕심그릇은 채울 수 없고 게으른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

욕심과 증오만 가득 찬 사람들에게는 어떤 좋은 것도 머릿속에 들어가 앉을 공간이 없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법치주의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법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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