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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의 미디어 비평] 방통委 덩치값 하려면… 당파성 OFF 전문성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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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의 미디어 비평] 방통委 덩치값 하려면… 당파성 OFF 전문성 ON

입력
2008.01.2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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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새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공개됐다. 지난 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보통신부 폐지를 포함한 대대적인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대통령 직속 방송통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가 그간의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내놓은 이 안에 따르면, 새로 설치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처럼 방송과 통신 전 분야를 아우르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실 지난 1년간 방송 통신 융합 정책 수립과 규제를 담당할 새 기구를 어떻게 만들지, 운영은 어떻게 할지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비록 방송통신위원회가 현 방송위처럼 독립 기구로서의 위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대통령 직속 기구로 바뀌는 한계는 있지만, 집권 여당의 정치 논리에 일방적으로 휘둘릴 수밖에 없는 일개 정부 부처가 아닌 별도의 기구 형태로 출범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운영 방식도 그간 논의되었던 독임제와 합의제를 절충한 형태다. 독임제 정부 기구의 역할을 할 정무직 장관급 위원 1명에 각종 심의, 규제, 진흥 정책을 합의제로 끌고 나갈 4명의 정무직 차관급 위원을 둘 계획이라고 한다.

방통위가 설치되면 미디어 컨버전스(media convergence)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하고도 포괄적인 미디어 정책의 수립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정비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방통위의 탈정치화와 함께 전문성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인수위는 새로 출범할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가 되더라도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말을 순진하게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00년 1기 방송위부터 지금의 3기 방송위에 이르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여야가 철저하게 나눠먹기식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에 맞는 인사들만을 방송위원으로 임명해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되는 법이다. 현재의 공영방송 중심 체제를 민영 중심으로 대폭 바꾸려 하고 신문의 방송 겸영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차기 정부 역시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 출범할 방통위 위원 인선만큼은 정치적 당파성에 매몰된 선택을 벗어나 각종 미디어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 그리고 미래 미디어 산업에 대한 비전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철저히 따져서 해야 한다.

방통위에서도 여전히 정치적 인선의 구태가 계속된다면 방통 융합을 다룰 새 조직을 만든다 한들 방통위의 비전문성은 심화될 것이 뻔하며, 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정책과 비전의 부재로 인해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가 이명박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소위 ‘신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인수위 측은 다음 달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방통위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겨우 한 달 여라는 짧은 시간 안에 과연 새로운 제도를 완비하고 방통위를 이끌어 갈 적임자들을 가려낼 수 있을지, 너무 서두르다 일을 그르치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방통위원의 자격 요건으로는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 못지않게 우리 사회를 문화 사회로 이끌 수 있는 높은 안목도 요구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즉 미디어를 산업의 관점만이 아닌 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미디어 정책을 좀 더 거시적인 문화 정책의 틀 안에서 펴나갈 수 있는 균형적 시각을 갖춘 인사가 초대 방통위원으로 선임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외국어대 언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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